미국이 콕 집어 요구할 수 있는 것, 메모리 공장 2,650억 달러와 409억 달러. 앞의 숫자는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고 있는 반도체 설비 규모입니다. 뒤의 숫자는 삼성전자(370억 달러)와 SK하이닉스(39억 달러)의 누적 대미 투자를 합한 금액입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2일(현지 시간) 이 두 회사에 추가 투자를 요구했습니다. 대만 수준을 맞추려면 지금까지 넣은 재원의 6.5배를 더 넣어야 합니다.
러트닉 장관은 2일(현지 시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에 추가 투자를 요구했습니다. 미국이 구상하는 반도체 관세의 핵심은 설비투자와 관세를 하나의 묶음으로 연동하는 방식입니다. 대만 기업들은 이미 조건을 받아냈습니다. 미국에 신규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동안에는 설비 용량의 2.5배, 건설이 끝난 뒤에는 1.5배까지 품목 관세 쿼터를 보장받기로 약속받았습니다. 쿼터는 일정 물량까지 관세를 면제하거나 깎아주는 수량 한도를 말합니다.
지난해 한미 양국이 발표한 합동설명자료에는 한국산 반도체 품목관세를 '한국의 교역 규모를 초과하는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하겠다는 문구가 담겼습니다. 근거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수입품에 관세를 매길 수 있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입니다. 그동안 반도체 수출금액이 한국보다 많았던 나라는 대만이었습니다. 그래서 시장은 이 문구를 '대만과 같은 수준'으로 읽어왔습니다. 그런데 메모리 가격이 오르면서 상황이 뒤집혔습니다. 올 상반기 한국의 집적회로 수출액은 1,490억 달러로, 대만(1,330억 달러)을 앞질렀습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와 오스틴에 짓고 있는 설비는 반도체 연구개발 시설과 파운드리 팹입니다. 파운드리는 다른 회사가 설계한 칩을 받아 위탁 생산하는 사업입니다. SK하이닉스가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구축하는 공장은 메모리 후공정을 전담합니다. 후공정은 완성된 웨이퍼를 잘라 포장하고 검사하는 뒷단 작업입니다.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앞단, 즉 메모리 전공정 팹은 아직 미국에 없습니다. 메모리 관세를 면제받고 싶으면 전공정 팹을 추가로 지으라고 요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문구가 있어도 기준을 고르는 쪽은 미국입니다. 대미 수출만 보면 여전히 대만이 한국을 앞서지만, 미국이 '전 세계 수출'을 기준점으로 잡으면 기존 합의는 사실상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파급 범위도 반도체에 그치지 않습니다. 미국이 반도체를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나눠 따로 관세를 매기고, 메모리가 들어간 전자기기 완제품까지 무관세 허가 물량에 포함시키면 컴퓨터·무선통신기기 같은 다른 주력 수출품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과 체결한 합의는 고정된 문서라기보다 계속 변하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며 "실제 관세율과 무관세 물량, 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