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제조 시설을 지으면 관세 감면 혜택을 줄 것이고, 짓지 않는다면 관세를 내야 할 것."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2일(현지 시간) CNBC 방송에서 한 말입니다. 지목한 기업 이름은 없었지만, 미국에 대규모 생산 공장을 짓고 있는 대만 TSMC와 미국 마이크론은 관세가 감면될 것이라고 시사했습니다. 같은 시기, 중국 창신메모리(CXMT)는 D램 시장 점유율 10%를 처음 넘었습니다. 한국 메모리 기업이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는 국면입니다.
2일(현지 시간) 러트닉 장관은 CNBC에 출연해 반도체에 "표적화되고 신중하게 설계된 관세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표적 관세는 품목이나 기업, 국가를 선별해 관세율을 다르게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모든 반도체에 같은 세율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미국 내 생산 여부에 따라 부담을 나누겠다는 뜻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관세 부과를 거론해왔습니다. 이번 발언으로 사실상 공식화된 셈입니다. 압박의 방향은 분명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메모리 생산 공장을 지으라는 요구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2025년 2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매출 기준 10%였습니다. 전 분기보다 2%포인트 늘었고, 10%를 넘은 것은 처음입니다. 2023년만 해도 CXMT의 점유율은 약 1% 수준이었습니다. 2년 사이 10배 가까이 커진 것입니다. D램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작업 중인 데이터를 임시로 담아두는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CXMT가 존재감을 키운 곳은 이 가운데 가격 경쟁이 치열한 범용 제품 영역이었습니다.
업계에서 점유율 10%는 '마의 벽'으로 통합니다. 이 선을 넘으면 시장에서 의미 있는 영향력을 확보하고, 공장 건설에 들어간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CXMT가 이 선에 도달한 배경으로는 세 가지가 함께 거론됩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인공지능(AI) 투자 증가로 생긴 메모리 품귀 사태, 그리고 생산능력 확대입니다. 공급이 부족한 시장에서는 후발 주자의 물량도 팔립니다. 품귀가 진입 장벽을 낮춘 구조입니다.
같은 2분기 집계에서 삼성전자는 38%로 D램 시장 1위를 지켰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5%였습니다. 전 분기보다 4%포인트 줄어든 수치입니다. 한국 기업 두 곳이 여전히 시장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순위와 점유율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1위 자리가 유지되는 동안에도 아래쪽에서 지분은 이동하고 있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는 매출 기준입니다. 판매 수량이 아니라 팔린 금액을 기준으로 나눈 비율이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미국 측의 관세 압박에 대해 청와대는 3일 입장을 내놨습니다. "관련 동향을 면밀히 살피면서 우리 기업에 불리한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나갈 계획"이라는 내용입니다. 러트닉 장관이 제시한 기준은 미국 내 제조 시설이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대응은 협의입니다. 관세율이나 감면 조건, 적용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방침의 방향이며, 구체적인 설계는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번 국면의 핵심은 관세율 숫자가 아니라 기준입니다. 러트닉 장관이 밝힌 기준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지 여부'였고, 감면 대상으로 언급된 곳은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있는 TSMC와 마이크론이었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실제 관세율과 감면 조건이 어떤 형태로 확정되는지입니다. 둘째, CXMT의 점유율이 10%를 넘어 계속 올라가는지입니다. "짓지 않는다면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는 문장 하나가, 한국 메모리 산업의 다음 투자 결정이 놓일 조건을 바꾸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