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남재우 선임연구위원이 '초고령사회 다층노후소득을 위한 퇴직연금제도 개편'을 주제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운용하려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적립금의 장기 기대수익률은 4% 초반을 넘기 어렵습니다. 확정기여형은 회사가 매년 정해진 금액을 넣어주고, 운용 성과에 따라 나중에 받는 돈이 달라지는 방식입니다. 남 연구위원은 국민연금공단의 참여가 허용될 경우 수익률 제고 같은 실익 없이 민간 시장만 위축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노사정은 올해 2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의 기본 방향에 합의했습니다. 기금형은 개별 기업이 각자 관리하는 대신, 외부 수탁법인이 여러 사업장의 적립금을 모아 함께 굴리는 방식입니다. 합의에 담긴 집합운용 방식은 세 갈래입니다. 연합형, 금융기관 개방형, 공공기관 개방형입니다. 이 가운데 공공기관 개방형의 대표 사례가 근로복지공단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푸른씨앗'입니다. 중소·영세사업장과 취약계층의 수급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민연금 참여 방안으로는 두 가지가 거론됩니다. 공공기관 개방형 제도를 통해 국민연금이 운용하는 퇴직연금기금을 도입하는 방안, 그리고 퇴직연금 수탁법인이 운용을 외부에 일임하는 외부전담운용(OCIO)의 위탁운용사로 국민연금이 들어오는 방안입니다. 근거는 높은 운용 수익률과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낮은 운영보수입니다. 남 연구위원은 이 전제가 성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연금의 현행 포트폴리오에 퇴직연금을 그대로 얹어 똑같이 운용할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는데, 운용 목적과 허용 위험이 다른 두 기금을 동일 포트폴리오로 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남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운용하려는 확정기여형 적립금의 속성이 국민연금기금이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이 운용하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과 동일하다고 봤습니다. 두 기관의 성과가 장기적으로 수렴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입니다. 같은 포트폴리오로 운용할 수 없다면 별도 운용조직과 추가 전문 인력, 독립적인 운용 인프라가 필요해 고정비용도 줄지 않습니다. 그는 "공공기관으로서 가능한 저렴한 운용보수도 결국 간접적인 정부 재정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근로복지공단의 경우와 차별성이 없게 된다"고 짚었습니다.
OCIO 위탁운용사로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더욱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OCIO 시장은 운용을 통째로 맡기는 일임운용 형태의 전형적인 민간 자산운용 시장이어서, 공공기관이 민간 금융기관보다 효율적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입니다. 남 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의 운용 효율성이 더 높다고 하더라도, 자산운용 시장에서 공공이 민간을 구축하는 상황은 잠재적 가능성만으로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참여 방안 모두 공공 개입의 논리적 당위성은 부족한 반면 부정적 우려는 확정적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입니다.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자체는 올해 2월 노사정 합의로 방향이 정해졌습니다. 남은 쟁점은 누가 운용하느냐입니다. 중소·영세사업장 근로자를 위한 공공기관 개방형 제도는 이미 근로복지공단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푸른씨앗'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여기에 국민연금의 참여가 허용되는지, 그리고 그 방식이 기금 도입인지 OCIO 위탁인지입니다. 남 연구위원이 경고한 '구축'은 아직 벌어진 일이 아니라, 제도 설계에서 갈리는 문제입니다.
퇴직연금제도 개편」 보고서(4일 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