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은 AI 공급망 동맹의 든든한 동반자입니다." 제이콥 헬버그 미국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행사장에서 정 회장에게 건넨 말입니다. 장소는 미국 워싱턴D.C.였고, 같은 자리에 미국 부통령과 국무장관, 메모리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있었습니다. 유통기업 회장이 왜 그 명단에 들어갔는지는, 넉 달 전에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4일 정용진 회장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트럼프평화연구소에서 열린 '파운드리 스쿨' 출범식에 참석했다고 밝혔습니다. 참석자 명단에는 J.D. 밴스 미국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 제이콥 헬버그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올랐습니다. 기업 쪽에서는 디나 파월 맥코믹 메타 사장,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CEO, 개리 디커슨 어플라이어드머티리얼즈 CEO가 자리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의 참석이 밴스 부통령과 미국 국무부의 초청으로 성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자리는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2024년 12월, 미국 주도로 경제안보 다자 협의체 '팍스 실리카'가 출범했습니다. 2025년 3월에는 신세계그룹이 미국 AI 기업 리플렉션AI와 국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7월 3일, 팍스 실리카의 실천 전략 중 하나로 추진된 파운드리 스쿨이 문을 열었고 정 회장이 그 자리에 초청됐습니다. 협의체 출범부터 출범식까지 약 7개월이 걸렸습니다.
파운드리 스쿨은 미국 국무부가 스탠퍼드대학교와 함께 추진하는 인재 육성 프로젝트입니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연계해 혁신 기업의 노하우를 미래 세대에 전수하고, 기업가와 엔지니어, 첨단 제조 분야 리더를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상위 구상인 팍스 실리카는 반도체와 AI, 첨단제조, 에너지 같은 핵심 기술 공급망을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내용입니다. 신세계그룹은 리플렉션AI와의 데이터센터 협업이 미국 국무부가 '신뢰할 수 있는 AI의 글로벌 확산'을 목표로 추진한 AI 수출 프로그램의 1호 프로젝트로 꼽힌다고 밝혔습니다.
1호 프로젝트라는 평가가 붙었지만, 사업 자체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신세계그룹은 리플렉션AI와 합작법인 설립과 부지 선정 등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위치, 투자 규모, 가동 시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행사에서 부각된 것은 완성된 시설이 아니라, 한미 협력의 사례로서의 위치였습니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재산업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대학과 산업계, 그리고 정부라는 세 축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며 "파운드리 스쿨은 장기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밴스 부통령은 "다음 세대 기업가와 엔지니어에게도 기회를 부여하고, 그들에게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것"이라고 했습니다. 헬버그 차관은 신세계그룹과 리플렉션AI의 파트너십을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미 협력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습니다. 세션 토론 연사로 나선 미샤 라스킨 리플렉션AI 창업자 겸 CEO는 "미국과 동맹국이 실제로 어떻게 함께 움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정 회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 공급망 동맹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은 시대의 과업"이라며 "신세계그룹도 창조적 혁신을 통해 인재를 모으고 키우겠다"고 했습니다.
발언과 평가는 이미 나왔고, 남은 것은 실물입니다. 이 사안을 계속 지켜보려면 확인할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합작법인이 언제 설립되는지, 데이터센터 부지가 어디로 결정되는지, 투자 규모와 가동 시점이 공개되는지입니다. 헬버그 차관이 워싱턴에서 "든든한 동반자"라고 부른 협력이 실제 어떤 시설로 나타날지는, 이 세 가지가 발표되는 시점에 판단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