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가 20조 원을 넘어 자본이 모두 사라진 회사와, 아직 못 받은 돈이 14조 원 넘게 쌓인 회사가 한 법인이 됩니다.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입니다. 정부가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 담긴 내용입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석유와 가스 공기업을 별도로 분리해 운영하는 선진국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두 회사의 장부는 선진국 사례와 별개의 문제입니다.
3일 발표된 정부 방안에 따르면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는 '에너지자원공사'(가칭)로 통합됩니다. 석유공사가 하던 석유 비축과 제한된 탐사·개발 기능은 새 법인으로 넘어갑니다. 알뜰주유소 사업처럼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기능은 석유관리원이 맡습니다. 함께 합치는 방안이 거론됐던 광해광업공단은 그대로 남습니다. 석유·가스와 광물은 채굴·탐사 방식이 크게 달라 통합해도 이점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든 통합의 논리는 두 기관의 강점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가스공사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액화천연가스(LNG)의 상당 부분을 직접 공급합니다. LNG는 천연가스를 액체로 만든 연료입니다. 대량 구매자로서의 국제적 영향력과 자금력이 가스공사의 몫입니다. 석유공사에는 해외에서 유전을 찾고 개발해온 경험이 쌓여 있습니다. 자원 개발 측면에서 두 기관이 함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산업통상부의 설명입니다.
문제는 장부입니다. 석유공사는 부채가 20조 원 넘게 쌓이면서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입니다. 누적 결손금이 자본금보다 커져 자본총계가 마이너스가 된 상황을 말합니다. 재무구조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사업은 2021년부터 출구전략을 짰지만 아직 완전히 매각하지 못했습니다. 가스공사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미수금이 14조 1,780억 원입니다. 공급한 요금 중 아직 회수하지 못한 돈입니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글로벌 LNG 가격이 크게 흔들리면 영업이익은 언제든 적자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두 공사를 합치려는 시도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이유가 재무 건전성 문제였습니다. 이번에는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가스공사가 상장사라는 점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한전 산하 발전 공기업과 달리 가스공사는 개인 주주가 존재한다"며 "석유공사의 부실 구조를 그대로 인수해야 할 경우 주주들의 반발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01년 한전의 단계적 민영화를 전제로 나뉘었던 발전 공기업 5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는 단일 법인으로 합쳐집니다. 한전이 지분 100%를 쥔 구조로는 당초 목표한 '경쟁을 통한 효율화' 효과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 500억 원 내외의 연구개발 비용과 연 2,000억 원 규모의 재생에너지 건설 사업이 발전사별로 쪼개져 투자되고 있고, 경영관리·업무지원 조직도 중복이 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통합법인에는 해상풍력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재생에너지본부와 석탄발전 폐지를 담당하는 정의로운전환본부가 설치됩니다.
지역별 재생에너지본부를 전국 3~4곳에 두는 이유는 위치를 보면 읽힙니다. 현재 5대 발전사 본부는 부산, 울산, 경남 진주시, 충남 태안군, 충남 보령시에 흩어져 있습니다. 본사를 유치하려는 지방정부 경쟁이 격화되자 중량감 있는 본부를 여럿 만들어 분산하는 방식을 택한 것입니다. 이번 방안에는 대한석탄공사 청산 본격화도 담겼습니다. 지난해 6월 강원 삼척 도계광업소를 마지막으로 모든 탄광이 문을 닫은 데 따른 조치입니다. 한국에너지공단과 한국에너지재단·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한국에너지공단으로 일원화되고,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국립생태원에 흡수됩니다. 가스공사 개인 주주라면 통합 과정에서 부실 자산을 어떤 방식으로 인수하는지가 확인해야 할 지점입니다. 20조 원과 14조 원이 한 장부에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상장사 가스公과 ‘자본잠식’ 석유公 통합…‘한국발전’엔 지역본부 3~4개[Pick코노미]](https://wimg.sedaily.com/news/cms/2026/09/04/rcv.YNA.20260903.PYH2026090315470001300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