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대신 코넥스로 가는 길이 열렸다 코스닥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200억 원을 밑돌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됩니다. 이 기준선은 내년 1월 300억 원으로 올라갈 예정이었습니다. 그 시행 시점이 6개월 뒤로 미뤄졌습니다. 대신 조건을 갖춘 기업에는, 시장에서 사라지는 대신 다른 시장으로 옮겨갈 길이 생겼습니다.
4일 재정경제부는 관계기관 합동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코스닥 시장 상장폐지 제도 운영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내년 1월로 예정됐던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의 300억 원 추가 상향을 내년 7월로 6개월 유예합니다. 둘째, 시가총액이 기준에 미달해도 일정한 재무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는 코넥스 시장으로 이전 상장할 기회를 줍니다. 코넥스는 코스닥 상장 요건을 채우지 못한 중소·초기 기업을 위해 한국거래소가 따로 운영하는 주식시장입니다.
이 기준은 한 번에 올라간 것이 아닙니다. 올 2월 발표된 상장폐지 개혁 방안에 따라,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은 7월 1일 기존 15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먼저 올랐습니다. 그다음 단계가 내년 1월 300억 원이었습니다. 1년 반 사이 기준선이 두 배로 높아지는 일정이었던 셈입니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코스닥 시장 급락으로 상장폐지되는 기업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두 번째 단계를 미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전 상장의 조건은 영업이익입니다. 최근 3개 연도 중 2개 연도에서 영업이익이 흑자인 기업, 또는 최근 3개 연도 중 1개 연도가 흑자이면서 자기자본이 200억 원 이상인 기업이 대상입니다. 이 요건을 갖추면 시가총액 기준에 따른 상장폐지 대상이 되더라도 정리매매를 거치지 않습니다. 정리매매는 상장폐지가 확정된 뒤 투자자에게 현금화 기회를 주기 위해 일정 기간 거래를 허용하는 절차입니다. 이 절차 없이 기존 가격을 유지한 채 코넥스로 옮겨갑니다. 코넥스 상장 요건인 지정자문인 선임도 신속한 이전을 위해 일정 기간 유예됩니다.
유예와 이전 상장이 모든 기업에 열린 문은 아닙니다. 자본잠식 기업은 코넥스 이전 상장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자본잠식은 누적된 손실로 잉여금이 소진돼 자본총계가 납입자본금을 밑도는 상태를 말합니다. 기준 상향도 취소된 것이 아니라 시행 시점만 미뤄졌습니다. 재정경제부는 부실 기업은 신속히 퇴출하면서 우량 기업에는 재기할 기회를 줘 코스닥 시장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라고 밝혔습니다.
조정된 규정은 코스닥에만 적용되지 않습니다. 6개월 유예와 흑자 요건 충족 시 코넥스 이전이라는 동일한 방식이 코스피 시장에도 적용됩니다. 코스피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은 내년 7월부터 기존 3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상향 조정될 예정입니다. 코스닥과 코스피의 다음 기준 상향 시점이 모두 내년 7월로 모이는 구조가 됐습니다.
보유한 종목의 시가총액이 200억 원 안팎이라면, 확인할 지표가 주가만은 아니게 됐습니다. 최근 3개 연도의 영업이익과 자기자본, 그리고 자본잠식 여부가 그 기업의 진로를 나눕니다. 요건을 갖추면 정리매매 없이 코넥스로 옮겨가고, 자본잠식 상태라면 그 길이 닫힙니다. 기준선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내년 7월로 옮겨갔을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