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시계가 6개월 멈춘 코스닥 200곳 "코스닥 기업 입장에서 코넥스로 가는 것은 사실상 상장폐지입니다." 금융투자 업계 한 관계자의 말입니다. 상장폐지 문턱을 높이는 조치가 6개월 미뤄졌다는 소식이 나온 날, 시장에서는 안도와 우려가 동시에 나왔습니다. 시간을 번 기업이 200곳입니다. 그러나 그 시간이 끝난 뒤에 남는 선택지를 두고 평가가 갈립니다.
2024년 12월 4일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으로 시가총액 200억 원 이상 300억 원 미만인 코스닥 상장사는 219곳입니다.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 등을 빼면 약 200곳이 이 구간에 있습니다.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을 300억 원 미만으로 높이는 조치는 당초 2025년 1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었습니다. 이 시점이 2025년 7월로 연기됐습니다. 계획대로였다면 이 기업들은 곧 관리종목 지정 위험에 노출됐을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9개월 이상의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5% 오른 813.5에 마감했습니다. 부실기업 퇴출 원칙 자체는 유지된다는 점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흐름으로 해석됐습니다.
이 움직임은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2024년 2월 상장폐지 개혁안이 발표된 뒤부터 다수의 코스닥 상장사가 자구책을 검토하거나 추진해 왔습니다. 유상증자, 자사주 매입, 액면병합이 주요 수단이었습니다. 목표 중 하나는 이른바 동전주 탈출입니다. 동전주는 1주당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주식을 말합니다. 액면병합은 주식 수를 줄여 1주당 가격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시가총액 400억 원대인 다산디엠씨는 최대주주의 지분 매입 이후 액면병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이 200억 원을 소폭 밑도는 듀오백에서는 최대주주가 관리종목 지정 전후로 여러 차례 사재를 들여 회사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기준선을 한 번 밑도는 것으로 곧바로 상장폐지가 되지는 않습니다. 시가총액 기준의 경우 30거래일 연속으로 기준을 하회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됩니다. 관리종목은 상장폐지 기준에 가까워진 기업에 거래소가 붙이는 사전 경고 단계입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액면병합만 늘어나더라도 주가조작 취약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기준 적용이 6개월 유예된 만큼 해당 기간 최대주주의 책임성 제고와 기업의 자구 노력이 확산할 유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 당국은 추가 유예를 검토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해당 기업들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기간입니다.
이번 조치에는 흑자기업의 코넥스 이전상장 허용이 포함됐습니다. 코넥스는 초기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만든 별도 주식시장으로, 코스닥보다 상장 요건이 낮습니다. 2024년 11월 26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200억 원을 밑도는 코스닥 기업은 97곳입니다. 스팩과 관리종목 지정 기업 등은 제외한 숫자입니다. 이 중 코넥스 이전이 가능한 기업은 43곳, 44.3%였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는 근거는 정리매매를 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리매매 기간에는 상·하한가 제한이 없어, 기존 투자자로서는 가격 변동에 따른 손실이 커질 수 있습니다. 시가총액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영업이익과 재무건전성 요건을 갖춘 기업이라면 시장 충격을 줄이는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반대편 사실은 코넥스 시장의 거래 규모입니다. 코넥스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억 원 안팎에 불과합니다.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앞서 인용한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기존 주가를 가지고 이전하더라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코넥스 시장 자체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원래 취지가 초기 기업의 성장 사다리인데, 코스닥에서 밀려난 기업이 옮겨오면 시장 전체에 낙인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기준 설계에 대한 아쉬움도 나왔습니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여전히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특히 바이오 등 투자심리가 악화한 특정 섹터의 경우 기술력과 무관하게 퇴출될 수 있어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보유한 종목의 시가총액 구간과 관리종목 지정 여부는 한국거래소 정보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가총액 기준은 30거래일 연속 하회가 조건이라, 하루 등락보다 지속 기간을 봐야 합니다. 흑자기업의 코넥스 이전이 허용되더라도 그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억 원 안팎 수준이라는 점도 함께 놓고 볼 사실입니다. "사실상 상장폐지"라는 말이 나온 배경은 퇴출 여부가 아니라, 옮겨간 뒤 거래가 되느냐였습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은 그 판단을 미뤘을 뿐입니다.
관계자 및 업계 관계자 발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