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에서 열리는 제철소 기공식. 이희근 포스코 사장의 자리는 비어 있었습니다. 출국 직전 일정을 접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창사 58년 만에 첫 파업을 맞을지 모르는 상황이, 사장을 공항에서 되돌려 세웠습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당초 이날(현지 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에서 열리는 현대-포스코 루이지애나 제철소(HPLS) 기공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출국 직전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지난달 18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이후 가까스로 본교섭 일정이 잡혔기 때문입니다. 본교섭은 실무 단계를 건너뛰고 노사 대표자급이 직접 마주 앉는 공식 임금협상 자리입니다. 노조는 사측이 제안한 실무교섭을 거부하고 이 자리로 직행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래 58년간 파업 없이 일해온 회사입니다. 그 기록이 끝날 수 있는 날짜가 정해져 있습니다. 오는 9일입니다. 노조는 진전된 제시안이 나오지 않으면 9일을 기점으로 48시간 시한부 부분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습니다. 앞서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은 92.17%였습니다. 여기에 중노위 조정이 중지되면서, 노조는 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명분과 절차, 그리고 날짜가 모두 갖춰진 상태입니다.
노조의 요구는 기본급 7.1% 인상입니다. 여기에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지급, 명절 상여금 200%가 붙습니다. 노조 측 논리는 이렇습니다. 사측이 업황 불황을 이유로 직원 보상에는 인색하면서, 신사업에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사측 계산은 다릅니다. 요구를 전면 수용하면 필요한 재원이 약 1조 4000억 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같은 회사의 실적을 놓고 한쪽은 "쓸 곳에는 쓰고 있다", 다른 쪽은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하는 셈입니다.
사장이 출장까지 포기하고 지킨 교섭 테이블이었습니다. 전날 진행된 본교섭에서 사측은 일부 수정안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결렬됐습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미세 조정한 안을 제시했지만, 핵심 쟁점들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노동자 안전과 직결된 대책은 여전히 빈손 상태라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임금 숫자만이 쟁점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만 노조는 자신들이 못 박은 최종 시한인 9일까지는 대화 창구를 닫지 않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사장은 본교섭 하루 전인 지난 2일 임직원에게 서한을 보냈습니다. 그는 "노조의 부분 파업 예고 소식을 들었을 때 경영책임자이기 이전에 이곳에서 청춘을 바친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고 심경을 밝혔습니다. 서한에서 그는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경영 위기 요인으로 짚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설비가 멈춘다면 그 여파는 제철소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와 수많은 협력업체 가족들의 생계 위협으로 번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지금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은 협상 테이블 위의 작은 승리가 아니라 후배 세대에게 물려줄 회사의 지속 가능한 미래"라며 "이번에도 등을 돌리지 말고 마주 앉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9일이라는 날짜를 기억하면 됩니다. 이날은 파업이 자동으로 시작되는 날이 아니라, 노조가 스스로 정한 대화 시한의 마지막 날입니다. 그 전까지 사측의 제시안이 얼마나 움직이는지, 특히 안전 대책이 테이블에 오르는지가 실제 갈림길입니다. 또 하나. 이번 사안의 영향 범위는 포스코 직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사장 본인이 서한에서 지역사회와 협력업체를 언급했습니다. 설비가 멈추면 파장이 어디까지 가는지, 회사 스스로 밝힌 셈입니다. 미국의 기공식장에는 사장의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그가 남아서 지킨 교섭 테이블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