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7월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를 에너지자원공사(가칭)로 통합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한국석유공사의 비축 기능과 제한된 석유 탐사·개발 기능은 새 공사로 넘기고, 알뜰주유소 사업처럼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기능은 석유관리원이 맡는 방식입니다. 발표 다음 거래일인 4일, 한국가스공사에는 장 초반부터 매도세가 이어졌습니다.
두 공사를 통합하려는 시도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실행 단계에서 멈춰섰고, 이유는 매번 같았습니다. 재무 건전성 문제였습니다. 통합의 논리가 새로 등장한 것이 아니라, 과거에 발목을 잡았던 조건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다시 꺼내진 셈입니다.
한국석유공사는 부채가 20조 원 넘게 쌓이며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완전자본잠식은 쌓인 손실이 자본금 전액을 넘어서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가 된 상태를 말합니다. 재무 구조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사업 등은 2021년부터 출구전략을 짰지만 아직 완전히 매각되지 않았습니다. 통합이 이뤄지면 한국가스공사는 이 부채를 함께 안게 됩니다. 시장이 반응한 지점이 여기입니다.
한국가스공사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재무가 튼튼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항목이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미수금이 14조 1,780억 원입니다. 미수금은 도시가스사 등에 공급한 가스 요금 가운데 아직 회수하지 못한 금액으로, 요금 인상이 늦어지며 누적된 몫입니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져 글로벌 LNG 가격이 크게 흔들리면, 영업이익은 언제든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구조입니다.
투자자들의 반발은 부채 규모보다 절차에 향했습니다. 한 투자자는 "상장한 한국가스공사는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정부도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 공개매수를 실시하는 등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정부가 악덕 대주주와 다를 바 없다"며 "소액주주의 이익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상장사의 합병을 정부가 먼저 발표한 것이 개정 상법의 주주충실의무에 어긋난다는 비판입니다.
이번 발표는 확정된 합병이 아니라 정부가 내놓은 구상입니다. 그래서 숫자보다 먼저 확인할 것은 절차입니다. 한국가스공사 주주라면 통합 대상 기능이 어떻게 나뉘는지, 소액주주를 위한 조치가 이후 발표에 포함되는지를 함께 보는 편이 낫습니다. 재무 쪽에서는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유전 매각 진행 상황과 한국가스공사 미수금 14조 원의 회수 흐름이 판단 재료입니다. 6.9%라는 하루 낙폭은 통합 이후의 재무 구조를 시장이 아직 계산하지 못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