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4일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3만 4,600원까지 밀렸습니다. 전 거래일보다 3,000원, 7.96% 낮은 값입니다. 실적이 나빠졌다는 발표는 없었습니다. 하루 전, 정부가 이 회사를 다른 공기업과 합치겠다고 밝혔을 뿐입니다. 그 회사는 부채가 20조 원을 넘어, 자본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000원(7.96%) 하락한 3만 4,600원을 기록 중입니다. 정부는 전날인 3일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를 에너지자원공사(가칭)로 통합하는 내용입니다. 석유공사가 맡던 석유 비축과 제한된 탐사·개발 기능은 새 공사로 넘기고, 알뜰주유소 사업처럼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기능은 석유관리원이 맡습니다. 기능을 어떻게 나눌지는 나왔지만, 상장사인 가스공사의 주주에 관한 언급은 발표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두 공사를 합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박근혜 정부를 시작으로 통합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실행에 옮기지 못한 이유는 같았습니다. 재무 건전성 문제였습니다. 석유공사의 재무구조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 사업은 2021년부터 출구전략을 짰지만, 아직 완전히 매각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4년 넘게 정리되지 않은 자산이 그대로 남아 있는 셈입니다. 과거 논의를 멈추게 했던 조건이 해소된 뒤 합병이 다시 등장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석유공사는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입니다. 누적된 손실이 자본금 전액을 넘어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가 된 상태를 말합니다. 쌓인 부채는 20조 원을 넘습니다. 합병은 두 회사의 자산과 부채를 하나의 장부로 합치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새로 출범하는 에너지자원공사는 출발 시점의 재무구조부터 부담을 안게 됩니다. 가스공사 주가가 하루 만에 8% 가까이 밀린 배경으로 시장에서 지목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가스공사는 현재 비교적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다만 올해 상반기 기준 미수금이 14조 1,780억 원에 달합니다. 미수금은 가스를 공급하고도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 정책 때문에 아직 회수하지 못한 금액입니다. 장부에는 받을 돈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기에 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가중돼 국제 LNG 가격이 크게 흔들리면, 영업이익은 언제든 적자로 돌아설 수 있습니다. 합병에서 상대적으로 나은 쪽으로 꼽히는 회사조차, 재무 여력이 넉넉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소액주주의 의견을 듣지 않고 합병을 결정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근거로 드는 것은 2025년 개정 상법의 주주충실의무입니다. 이사회가 회사만이 아니라 주주의 이익도 충실히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입니다. 한 투자자는 "상장한 한국가스공사는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정부도 소액주주 보호 차원에서 공개매수를 실시하는 등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공개매수는 시장 밖에서 주주의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사들이는 방식입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정부가 악덕 대주주와 다를 바 없다"며 "소액주주의 이익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공개된 것은 3일 발표된 기능 개편 방안까지입니다. 가스공사 주주에 대한 조치가 함께 발표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2021년부터 정리 중인 하베스트 유전 사업의 매각 진척, 상반기 14조 1,780억 원인 가스공사 미수금의 추이, 그리고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소액주주 보호 조치가 실제로 논의되는지 여부입니다. 하루에 8% 가까이 움직인 것은 실적이 아니라 발표였습니다. 그 발표의 빈칸이 어떻게 채워지는지가 다음 변수입니다.
![“정부가 주주충실의무 어겼다”…가스공사, 석유공사 합병에 8% ‘뚝’ [이런국장 저런주식]](https://wimg.sedaily.com/news/cms/2026/09/04/news-p.v1.20260325.9d89364b0cbc43c7baa876ebd7d60f96_P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