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을 조각투자에만 머물게 하지 않겠습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4일 모두발언에서 한 말입니다. 지금까지 토큰증권은 미술품 한 점, 음원 한 곡을 여러 조각으로 나눠 파는 시장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 범위가 주식과 채권, 펀드까지 넓어집니다. 다만 문이 열리는 순서는 개인 투자자부터가 아닙니다.
금융위원회가 4일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 3차 회의를 열고 공개한 '토큰증권 정책방향'에 따르면, 토큰화 대상이 주식·채권·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으로 확대됩니다. 토큰증권은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발행 형태입니다. 분산원장은 여러 참여자가 함께 기재하고 공동으로 관리하는 장부 체계를 말합니다. 발행 기록이 한 기관의 서버가 아니라 참여자들에게 나뉘어 남는 방식입니다.
흐름을 보면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2023년 12월 이후 조각투자의 기초자산 집합화, 이른바 풀링은 금지돼 있었습니다. 음원과 부동산 같은 여러 자산을 하나의 증권으로 묶어 발행할 수 없었다는 뜻입니다. 이번에는 동일 종류 자산에 한해 조건부로 다시 허용됩니다. 개별 규모가 작아 증권화가 어려웠던 자산도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입니다. 단 집합화 기준과 목적이 명확해야 하고, 부실자산은 포함할 수 없으며, 개별 자산을 구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구조를 보면 진입 문턱을 낮추는 쪽입니다. 토큰증권만을 위한 별도 인가체계는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미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은 곳이라면 그 인가 업무범위 안에서 토큰증권도 취급할 수 있습니다. 기존 증권사와 장외거래소의 접근성이 한결 쉬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채무증권에 대해서는 생태계 확대에 대비해 장외거래소 인가단위가 추가로 신설됩니다.
확대라는 말과 달리, 1단계 대상은 제한적입니다. 토큰증권법이 시행되는 내년 2월에 허용되는 사모 머니마켓펀드와 채권 토큰화는 기관투자가 전용입니다. 사모 MMF는 소수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주식은 비상장주식을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신탁한 뒤 수익증권 형태로 토큰화하는 방안부터 거래를 추진합니다. 일반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쪽은 공모 조각투자증권입니다. 이는 1단계부터 토큰화가 허용됩니다. 공모 증권 전반의 토큰화는 2단계,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연계한 온체인 결제는 3단계 과제입니다. 3단계는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전통 금융자산을 블록체인에서 거래하는 시장이 이미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사모 MMF 토큰 'BUIDL'과 홍콩의 토큰화 녹색국채가 대표적입니다. BUIDL은 달러 결제와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모두 지원합니다. 싱가포르에서는 글로벌 사모펀드 지분과 채권, 구조화 상품을 토큰화해 중개하는 시장이 열렸습니다. 권 부위원장은 "증권의 발행과 거래·청산·결제·권리행사·기초자산 등 자본시장 전체 가치사슬을 하나의 디지털 자본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연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반투자자에게는 한도가 정해집니다. 장외거래소별 연간 순매수 금액이 1억 원으로 제한됩니다. 장외거래소 거래를 악용한 부정거래가 적발되면 형벌과 과징금, 계좌 동결, 임원 선임 제한 등 자본시장법상 제재 대상이 됩니다. 이번 정책방향 중 하위법규 규정사항은 이달 말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하위법규 개정안에 담겨 입법예고될 예정입니다. 입법예고 내용은 금융위원회와 국민참여입법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각투자에만 머물게 하지 않겠다"는 말이 어디까지, 언제부터 적용되는지는 이 개정안에서 먼저 드러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