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에 미국 산업용 가스 공장이 들어선다 "우리나라 반도체에 대해서는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하겠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10월 한미 관세 협상의 '전체적인 정신'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같은 도시에서 미국 기업 4곳이 한국에 총 2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돈이 들어오는 일정은 잡혔지만, 한국산 반도체에 붙을 관세가 어떤 방식으로 설계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산업통상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윌라드호텔에서 '미국 투자신고식 및 투자가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미국 4개 기업의 대한(對韓) 투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총액은 20억 달러, 약 2조 8,000억 원입니다. 투자를 발표한 기업은 산업용 가스기업 에어프로덕츠, 반도체 장비기업 액셀리스 테크놀로지스, 유리·세라믹·광학 소재기업 코닝, 에너지 인프라 기업 퍼시피코 에너지입니다. 업종은 반도체 소재·장비와 청정에너지 두 갈래로 나뉩니다.
에어프로덕츠는 경기도 평택 차세대 반도체 생산거점에 산업용 가스 공급 전용 인프라를 구축합니다. 액셀리스 테크놀로지스는 같은 평택에서 이온주입기 제조 시설을 확장합니다. 이온주입기는 반도체 웨이퍼에 특정 물질을 주입해 전기적 성질을 바꾸는 공정 장비입니다. 코닝은 충남 아산에서 기존 생산시설을 고도화합니다. 세 건 모두 이미 한국에 있는 생산 기반을 전제로 인프라를 붙이거나 규모를 키우는 방식입니다. 퍼시피코 에너지는 전남 광주 진도 해역에서 총 3.2GW 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관세 쪽으로 넘어가면 근거가 되는 문서는 한미 무역합의 합동설명자료입니다. 이 자료에는 한국산 반도체에 부과되는 품목관세를 '한국의 교역 규모를 초과하는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최혜국 대우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최혜국 대우는 교역 상대국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보장하는 무역 원칙입니다. 즉 한국이 받을 조건은 절대적인 세율로 미리 정해진 것이 아니라, 한국보다 대미 교역 규모가 큰 나라가 받는 조건을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결정되는 구조입니다.
김 장관은 미국의 한국 대상 반도체 관세가 미국-대만 합의와 유사하게 설계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답변은 "그런 식일 수도 있지만 대만 국회 내에서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기준으로 삼을 만한 선례 자체가 상대국 의회에서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뜻입니다. 합의문에 '불리하지 않게'라는 원칙이 명시돼 있어도, 그것이 실제 몇 퍼센트의 관세와 어떤 예외 조건으로 옮겨지는지는 별도의 과정에 남아 있습니다.
비교 대상으로 언급된 대만의 조건은 이렇습니다. TSMC 등 대만 기업들은 미국에 신규 반도체 생산 시설을 건설하는 동안에는 설비 용량의 2.5배, 건설이 끝난 뒤에는 1.5배까지 품목 관세 쿼터를 받기로 약속받았습니다. 품목 관세 쿼터는 특정 품목에 붙는 관세를 일정 물량 한도 안에서 면제하거나 깎아주는 제도입니다. 세율을 직접 내리는 대신, 미국 내 투자 규모에 연동해 무관세 물량을 얹어주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김 장관 발언은 한국도 이런 설계가 가능하다는 관측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확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선에 머물렀습니다.
이번 발표에서 확정된 것과 확정되지 않은 것을 구분해 두면 됩니다. 확정된 것은 미국 4개 기업의 20억 달러 투자와 그 사업지인 평택, 아산, 진도입니다. 확정되지 않은 것은 한국산 반도체에 적용될 품목관세의 구체적 설계입니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대만 국회의 관세 쿼터 논의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둘째, 한미 합동설명자료의 '불리하지 않게'라는 문구가 실제 세율과 물량 조건으로 어떻게 옮겨지는지입니다. 워싱턴에서 나온 투자 숫자는 이미 나왔고, 관세 숫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라운드테이블'(3일, 현지 시간) 발표 및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기자 문답, 한미 무역합의 합동설명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