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수요 둔화, 원화 강세, 금리 상승이란 삼중고에 노출돼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이 4일 보고서에 쓴 문장입니다. 같은 보고서가 제시한 9월 코스피 예상 범위는 6,200~7,400포인트입니다. 석 달 전 같은 증권사가 올해 하반기 상단으로 내놓은 숫자는 1만 1,000포인트였습니다. 하나는 하반기 전체를, 하나는 9월 한 달을 본 숫자입니다.
4일 발표된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9월 코스피지수는 6,200~7,40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근거로 제시된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매크로 불확실성, 즉 경기와 금리·환율 같은 큰 흐름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실적 모멘텀 부재, 기업 이익이 더 좋아진다는 신호가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김 연구원은 이 두 가지가 "지수 상승을 제약할 수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하락을 단정한 것이 아니라, 위로 밀어 올릴 힘이 약하다는 진단입니다.
시계열을 보면 방향 전환이 아니라 눈높이 조정에 가깝습니다. 2024년 6월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예상 밴드 상단을 기존 9,250포인트에서 1만 1,000포인트로 올렸습니다. 하단으로는 8,000포인트를 제시했습니다. 당시 김 연구원이 밝힌 상향 근거는 기업 실적이었습니다. "슈퍼사이클에 올라탄 반도체 업종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 지수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흐름에 대한 예상도 함께 나왔습니다. 2~3분기에는 상승, 4분기에는 횡보라는 그림이었습니다. 9월은 그 예상 속 '상승 구간'의 끝자락에 해당합니다.
지표만 보면 주식이 싼 편입니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은 9월 2일 기준 5.2배입니다. 12개월 선행 PER은 현재 주가를 앞으로 1년간 예상되는 주당 이익으로 나눈 값입니다. 값이 낮으면 이익 대비 주가가 낮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김 연구원은 이 숫자가 상승의 보증이 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분모인 '앞으로의 이익'이 흔들리면 지표의 의미도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그가 지목한 흔들림의 원인이 삼중고입니다. 수요가 둔화되면 팔 물량이 줄고, 원화가 강해지면 수출 기업이 같은 물량을 팔아도 원화로 받는 돈이 줄고, 금리가 오르면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집니다. 김 연구원은 이런 환경에서 "실적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 점도 불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망을 낮춘 보고서가 동시에 하단을 옹호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자사주 매입으로 지수 하단도 당분간 견고하다"고 밝혔습니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자기 회사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것입니다. 시장에 매수 주체가 하나 생기는 셈이라, 지수가 크게 밀리는 것을 막는 쪽으로 작용합니다. 즉 위로도 아래로도 크게 열려 있지 않다는 그림입니다. 6월에 제시된 하반기 하단 8,000포인트와 9월 밴드 하단 6,200포인트가 왜 다른지에 대한 설명은 이번 보고서 인용 범위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김 연구원이 근거로 든 또 하나는 과거 패턴입니다. "경험적으로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은 2분기보다 확연하게 낮아지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은 실제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넘긴 종목의 비율을 뜻합니다. 이 비율이 낮아지면, 기대를 미리 반영해 오른 주가가 실적 발표 이후 되돌려질 여지가 커집니다. 그가 내놓은 조언은 방향 예측이 아니라 검증 기준이었습니다. "과도한 기대는 배제하고 실적 가시성이 검증될 수 있는 업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4분기에 대해서는 6월 보고서에서 이미 변수를 언급했습니다. 미국 선거 불확실성과 수급 불안으로 투자심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증권사가 제시하는 '예상 밴드'는 확정된 목표가 아니라, 발표 시점의 가정 위에 세워진 범위입니다. 같은 증권사, 같은 연구원이 석 달 사이에 다른 기간을 놓고 다른 숫자를 냈다는 점이 그 성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실제로 확인할 것은 밴드의 숫자가 아니라 그 밑에 깔린 근거입니다. 6월 상향의 근거는 반도체 실적이었고, 9월 조정의 근거는 삼중고와 실적 눈높이 하향이었습니다. 반도체 이익 전망과 환율·금리 흐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는지가 숫자보다 먼저 바뀝니다. 리드의 문장으로 돌아가면, 김 연구원이 말한 것은 하락이 아니라 삼중고였습니다. 9월에 볼 것은 지수 자체보다 그 세 가지의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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