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하겠다'에서 파병 검토까지, 20여 일 지난달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에게 이란의 비핵화 노력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으나 그들은 '사양하겠다(No thanks!)'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20여 일 뒤인 4일, 청와대는 호르무즈해협 파병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검토 대상은 전투 병력이 아니라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같은 비전투 자산이 우선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호르무즈해협 파병은 정부 내부에서 논의하는 단계입니다. 국회 측과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진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 설명입니다. '군사적 기여'라는 표현도 전투 참여만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군사적 기여에는 전투에 참여하는 것도 있으나 비전투·수색 등 다양한 옵션이 있다.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등 비전투 목적 자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간 순서를 보면 변화가 보입니다. 지난달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사양하겠다' 발언이 공개됐을 때, 청와대는 "실질적·군사적 기여 방안을 미국 측과 긴밀히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논의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이었습니다. 그리고 20여 일 만에 파병 가능성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거론됐습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를 향한 공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왔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 간 안보 협상이 "진행되기 쉽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조인트 팩트시트에 따라 진행되던 중 올해 초 일시적으로 정체됐다가 5월에 복원된 바 있다"며 "지금 여러 다른 이슈와 연결돼 다시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인트 팩트시트는 한미 안보 협상의 진행 기준이 되는 공동 합의 문서입니다. 미국의 반도체 분야 투자 요구에 대해서도 "반도체도 논의 대상인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호르무즈해협 기여 문제가 경제·통상 협상과 맞물려 있어 요청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파병에는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파병 가능성이 언급된 직후 반대 목소리가 정부 여당 쪽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이기헌 의원은 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국회에 파병 동의 요청이 오면 국익과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호르무즈 파병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가 아직 국회와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힌 사안에서, 동의 절차의 진통이 먼저 예고된 셈입니다.
김준형 원내대표는 "국민과 우리 젊은이들의 생명이 걸린 문제를 '흘리고, 간 보고, 다시 부인하는' 방식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논의 방식 자체를 문제 삼은 발언입니다. 반면 청와대는 군사적 기여를 전투 상황에만 국한해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한쪽은 생명이 걸린 결정이라는 점을, 다른 한쪽은 선택지가 전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지금 확정된 것은 "검토한다"는 사실 하나입니다. 파병 규모나 임무, 시점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국회와의 협의도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정부가 어떤 자산을 어떤 임무로 보내겠다고 밝히는지, 그리고 국회에 파병 동의안이 실제로 제출되는지입니다. 지난달 16일 '사양하겠다'는 말로 시작된 20여 일이 어디로 이어질지는 그 두 문서에서 드러날 예정입니다.
김준형 원내대표 발언 (원문 언론사 미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