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유예로 끝난 혐의가 청문회로 돌아왔다 "식약처 승인되는 순간 완전히 수천억 원을 벌 수 있는 것이지 않냐." 2021년 10월 7일 통화에서 나온 말입니다. 발언자는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입니다. 통화 상대는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둘러싼 이 사건의 브로커 양 모 씨였습니다. 김 후보자 측은 "공익적 고충 민원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해명 이후 공개된 자료들이 해명과 어긋나고 있습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은 설명 자료를 내고 "후보자는 국회의원으로서 국내 중소기업의 임상시험 절차를 공정하게 살펴봐달라는 공익적 고충 민원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건 핵심 당사자인 브로커 양 씨, 제넨셀 대표 강 모 씨와의 관계도 부인했습니다. 같은 날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사건 당사자들 사이의 문자메시지와 통화 녹취를 공개했습니다. 해명 자료와 공개 자료가 같은 날 맞붙은 셈입니다.
시간 순서로 보면 흐름이 드러납니다. 2021년 9월 14일 통화에서 양 씨는 "어떤 큰 투자 회사가 붙었고, 자금화되면 내년 오빠 선거할 때 좋기도 하고, 이분도 오빠에게 힘이 될 것 같은 사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그럼 추석 끝나고 바로 볼까? 날짜 보내겠다"고 답했습니다. 10월 7일 통화에서는 "수천억 원" 발언과 함께 "치열한 로비가 있는데 설명을 들어봐야 하니 시간을 절약하려면 메일로 자료를 보내줄 수 있겠냐"는 자료 요청이 나왔습니다. 12월에는 후원회 계좌번호가 등장합니다. 양 씨와 강 씨에 대한 검찰 공소장에는 두 사람이 별도의 사업 건을 논의한 뒤 김 후보자에게 후원회 계좌번호를 물었고, 김 후보자가 계좌번호를 첨부하며 "고맙다"고 답한 문자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 기소 계획 문건에 적힌 혐의는 알선뇌물약속입니다. 문건에는 "㈜제넨셀이 개발한 코로나19치료제 임상시험승인 청탁을 김강립(식약처장)에게 전달하고, 알선 대가로 강○○으로부터 후원금 명목 500만 원 수수약속"이라고 기재됐습니다. 알선뇌물약속은 제3자의 청탁을 공무원에게 전달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입니다. 돈이 실제로 건네졌는지와 별개로 '약속' 단계에서 성립합니다. 야권이 경제적 이익 언급 직후의 만남 수락과 자료 요청을 문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청탁의 대가성이 인정되는지가 쟁점이기 때문입니다.
검찰 기소 계획 문건에는 김 후보자를 기소해 징역 8개월을 구형하겠다는 계획도 명시됐습니다. 그러나 최종 처분은 기소유예였습니다. 기소유예는 무죄나 무혐의와 다릅니다. 혐의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재량으로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처분입니다. 즉 혐의 자체는 남아 있는 상태에서 재판으로 넘어가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기소 방침에서 기소유예로 바뀐 경위가 인사청문회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구속영장 심사를 둘러싼 의혹도 남아 있습니다. 김 후보자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당시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정 모 판사에 대해 대검찰청이 심사 배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정 판사는 제넨셀 대표 강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후보자 측은 정 판사와 한 차례 만났을 뿐 특수 관계가 아니며, 양 씨의 영장 심사는 다른 판사들이 맡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정치권 밖에서도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공익신고자의견서'는 "코스닥 상장사였던 세종메디칼의 공신력을 이용해 수많은 소액 투자자의 재산을 편취한 거대 자본 범죄의 시발점임을 밝히고자 한다"고 적었습니다. 제넨셀 최대주주였던 세종메디칼 주가가 제넨셀의 임상 승인 이튿날 추락하며 소액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를 엄호했습니다. 김민석 대표는 노웅래 전 의원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한 의원의 발언을 언급하며 "청문회에 관심 가질 것이 아니라 자기 청문을 좀 하셔야 될 시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조계원 대변인은 "정책과 비전 검증의 인사청문회를 난장판으로 만들려는 속셈"이라며 "무책임한 흑색선전을 규탄한다"고 했습니다.
기소유예는 '혐의가 없었다'는 결론이 아닙니다. 혐의는 인정된 상태에서 재판에 넘기지 않은 처분입니다. 그래서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첫째, 검찰이 징역 8개월 구형까지 계획했다가 기소유예로 바꾼 경위입니다. 둘째, "수천억 원"과 후원회 계좌번호가 오간 대화가 '공익 민원 전달'이라는 해명과 어떻게 양립하는지입니다. 인사청문회는 국회 인사청문 절차에 따라 진행되며, 회의록과 제출 자료는 국회 의사중계시스템과 회의록 공개 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1년 10월의 통화에서 김 후보자는 "치열한 로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로비의 상대가 누구였는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이번 청문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