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의 70%가 지나는 길, 파병을 검토한다 "한반도 대비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선 운신할 수도 있다." 2020년 1월 4일,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한 말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에 군 전력을 보내는 문제를 두고 나온 발언입니다. 이 관계자는 "파병은 검토 단계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자리에서 "정해진 건 없다"는 말도 함께 했습니다.
4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호르무즈 해협 군 전력 파병이 검토 단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정부가 해군 군수지원함과 초계기 등을 파병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군수지원함은 함정에 연료와 물자를 공급하는 배이고, 초계기는 해상을 감시·정찰하는 항공기입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금 그런 검토단계에 있고 정해진 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과,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이번 발언이 첫 언급은 아닙니다. 이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제안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협의해 온 경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협의 과정에서 정부가 밝혀 온 조건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여러가지 한반도 대비태세를 감안하고 국내법적 절차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한 바 있다"는 대목입니다. 제안 접수 → 참여 협의 → 대비태세와 국내법 절차를 전제로 한 검토. 4일 발언은 이 흐름의 연장선에 놓여 있습니다.
정부가 이 문제를 국익 사안으로 보는 근거는 숫자에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우리의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원유 의존도가 70%에 육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들여오는 원유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곳이 막힘으로써 오는 경제 안보적인 타격이 크다"며 "호르무즈에서의 자유로운 통항은 우리의 국익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군사 문제로 보이지만, 출발점은 에너지 수급이라는 설명입니다.
파병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그림과 검토되는 내용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실질적 기여 방안을 묻는 질문에 "군사적 기여도 다양한 방식이 있다"며 "전투도 있고 비전투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일반인이 들었을 때 파병은 전투로 연결시키곤 하는데, 꼭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여러가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보도에 언급된 군수지원함과 초계기 역시 전투 임무와는 성격이 다른 전력입니다. 그는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날 기자들 사이에서는 파병을 결정할 경우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한 답이 앞서 인용한 발언입니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에서 대비태세 관련해 여러가지 검토를 하고 있고, 대비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선 운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절차의 현재 위치를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국내법 절차라고 하는건 국회와 협의, 동의를 의미하는 것인데 아직 그 단계까지 가 있진 않다."
앞으로 나올 소식을 판단할 기준은 국회입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국내법 절차란 국회와의 협의·동의를 뜻하고, 4일 기준으로 그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습니다. 즉 파병 규모나 함정 이름이 거론되는 보도가 나와도, 국회 협의·동의 절차가 시작됐는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확정된 사안이 아닙니다. 처음의 그 문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대비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선 운신할 수도 있다." 무엇을 보낼지보다, 어디까지가 그 '범위'로 판단되는지가 남은 질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