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바는 없지만 계속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4일 호르무즈해협 파병 가능성을 두고 한 말입니다. 부인도 확정도 아닌 답이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군사적 기여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며 전투와 비전투를 모두 검토 대상으로 올려놨습니다. 검토 중이라는 말이, 이번에는 선택지를 좁히는 쪽이 아니라 넓히는 쪽으로 쓰였습니다.
청와대는 4일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을 위해 군사적 기여를 포함한 실질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호르무즈해협은 중동에서 나오는 원유가 지나가는 좁은 바닷길입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영국·프랑스·미국이 호르무즈해협 통항을 위한 연대를 제안했을 때 적극 참여하며 협의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군사적 역할을 지속적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정부가 보낼 수 있는 전력으로는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와 해군 군수지원함이 거론됩니다. 해상초계기는 바다 위를 돌며 함정과 잠수함의 움직임을 탐지하는 항공기이고, 군수지원함은 함정에 연료와 물자를 보급하는 배입니다. 둘 다 직접 교전을 앞세우는 전력은 아닙니다. 실제 파병이 이뤄지면 2004년 자이툰부대의 이라크행 이후 22년 만에 미국의 요청에 의한 파병이 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헌법상 '파병'이라는 용어가 규모와 상관없이 병력을 해외에 파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습니다. 반드시 전투 부대나 대규모 병력의 형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소수 인원이든 지원 성격이든, 국경을 넘어 병력이 나가면 절차상 같은 이름으로 불린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전투도 있고, 비전투도 있는 만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은 규모가 작아도 파병 논의가 성립한다는 의미를 함께 담고 있습니다.
앞서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안건 상정과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안보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입니다. 그런데 청와대 관계자는 "국내법 절차는 결국 국회와의 협의, 국회의 동의를 의미하는 것인데 아직 그 단계까지 가 있지는 않다"고 밝혔습니다. 준비 중이라는 보도와 달리, 국회와의 구체적 협의는 시작되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검토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으로 청와대가 제시한 것은 한반도였습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반도 대비 태세에 큰 손상이 있지 않은 범위 내에서는 운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전력을, 얼마나 보낼지가 이 문장 안에서 결정된다는 뜻입니다. 다만 '큰 손상'의 기준이 무엇인지, 그 판단을 누가 어떤 절차로 내리는지는 이날 설명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이 사안이 실제로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지점은 국회입니다. 병력 해외 파견은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므로, 정부가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시점이 검토와 결정을 가르는 분기점이 됩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안건 상정 여부도 같은 신호입니다. 4일 기준으로는 그 어느 단계도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정해진 바는 없지만 계속 검토하고 있다"는 말은, 지금은 문서가 아니라 논의만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