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미국에서 만든 한국 자동차강판이 나옵니다 "관세가 목표는 아니었지만 양쪽에 다 좋은 면이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4일(현지 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에서 열린 제철소 기공식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8조 원이 들어가는 공장의 첫 삽을 뜨는 자리였습니다. 관세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회장이 앞세운 것은 관세가 아니었습니다.
4일 현지에서 열린 기공식 내용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포스코는 루이지애나 일대에 총 58억 달러, 약 8조 원을 투입해 자동차강판에 특화된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짓고 있습니다. 이름은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줄여서 HPLS입니다. 상업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목표 시점은 2029년입니다. 계획대로 가동될 경우 자동차강판을 전기로로 만드는 세계 최초의 제철소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미국 안에서도 자동차강판에 특화된 전기로 제철소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정 회장은 포스코와 손잡은 것이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포스코는 전 세계에서 상위의 철강사로 현대차그룹과도 다방면에서 많은 협력을 해오고 있다"며, 미래 철강과 차세대 전지 등을 두고 깊게 논의해왔다고 밝혔습니다. 포스코 입장에서도 미국 진출에 이번이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함께 들어오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는 "서로 더 좋은 방향으로 연구를 같이 해서 품질과 기술 측면에서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기공식은 출발점이 아니라, 이미 진행돼온 논의가 땅 위로 올라온 시점입니다.
전기로 제철소는 쇳물을 뽑는 용광로, 즉 고로 대신 전기로를 써서 철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고로 방식보다 탄소 배출이 적어, 탄소를 덜 쓴 철인 저탄소강을 만들기에 유리합니다. 정 회장은 미국이 매년 1,000만 톤 규모의 고부가가치 특수강을 수입한다는 점을 들며 "여기서 저탄소강을 생산하면 해당 시장을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품질 문제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품질을 더 좋게 하기 위해 고부가가치강을 생산해 써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현지 생산이면 관세를 얼마나 줄이는지가 먼저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정 회장은 금액으로 환산하기는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관세가 계속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고,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해서 차량의 품질을 올리는 데 더 중점을 둘 것"이라는 답이었습니다. 통상 압박에 대응하는 핵심 생산기지라는 설명과, 관세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이 같은 자리에서 나온 셈입니다. 관세 절감 효과를 수치로 제시한 대목은 없었습니다.
정 회장은 HPLS에서 만들 특수강의 쓰임을 자동차 밖으로 넓히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습니다. 로봇과 로켓 등 첨단 산업 전반입니다. 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대해서는 "당연히 아틀라스에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향후 스페이스X의 로켓 등에도 철강을 공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다만 이는 정 회장이 밝힌 기대와 구상이며, 확정된 공급 계약이 발표된 것은 아닙니다.
2029년입니다. 기공식은 끝났지만, 이 제철소에서 강판이 나오는 시점은 2029년입니다. 지금 확정된 것은 58억 달러라는 투자 규모와 그 목표 시점, 그리고 자동차강판 특화 전기로 제철소라는 설비의 성격까지입니다. 로봇과 로켓은 정 회장이 제시한 기대이고, 관세 절감액은 회장 본인이 환산하기 어렵다고 말한 부분입니다. 확정된 것과 기대를 나눠서 보면 앞으로 4년간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가 정리됩니다. 관세가 목표는 아니었다는 기공식의 그 말이, 2029년 나올 강판으로 확인될지가 남은 관전 지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