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연료, 국제기구 문턱을 넘어야 한다 "한국이 포괄적 안전조치협정 제14조에 따른 별도 약정에 관해 IAEA와 협의를 시작할 의향을 사무국에 공식 통보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7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 IAEA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핵추진잠수함에 넣을 핵연료를 어떻게 관리할지, 그 논의의 문이 열렸다는 뜻입니다. 다만 약정이 맺어진 것은 아닙니다. "협의를 시작할 의향"이 전달된 단계입니다.
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보도에 따르면, 그로시 사무총장은 같은 날 비엔나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공식 통보 사실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통보의 내용은 핵추진잠수함용 핵연료의 안전조치 방안을 IAEA와 협의하겠다는 것입니다. 안전조치란 핵물질이 핵무기 개발로 흘러가지 않는지 국제기구가 확인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즉 잠수함을 먼저 만들겠다는 발표가 아니라, 연료를 어떤 감시 틀 안에서 다룰지부터 논의하자는 통보입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의 설명 순서를 보면 흐름이 보입니다. 한국은 이미 IAEA에 관련 신고 자료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한-IAEA 포괄적 안전조치협정, 추가 의정서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습니다. 협의 개시 의향 통보는 그다음입니다. 자료 제출과 의무 재확인이 앞에 놓이고, 별도 약정 논의가 뒤에 붙는 구조입니다.
NPT는 핵무기 비보유국이 우라늄 등 핵물질을 핵무기 개발에 전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비보유국은 IAEA와 포괄적 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고 사찰 등 안전조치를 받아들일 의무를 집니다. 그런데 이 협정 제14조는 예외를 둡니다. 별도 합의를 거치면 핵잠수함처럼 금지되지 않은 군사 용도로 핵물질을 쓸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한국이 협의하겠다고 한 대상이 바로 이 14조에 따른 별도 약정입니다.
예외 조항이 있다고 해서 기존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이 공식 통보 사실과 함께 한국의 신고 자료 제출, NPT·안전조치협정·추가 의정서 의무 이행 약속 재확인을 나란히 언급한 대목이 그 점을 보여줍니다. 별도 약정은 한쪽의 결정으로 성립하지 않고 IAEA와의 합의를 필요로 합니다. 협의가 시작 단계라는 사실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북한 영변의 신축 우라늄 농축 시설이 이미 가동 중이거나 가동 직전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근거는 올해 6월 촬영된 사진입니다. 그는 이 건물에 과거 공개된 북한 농축 시설 사진에서 확인된 것과 동일한 유형의 원심분리기가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영변의 5㎿ 원자로는 일곱 번째 핵연료 조사 주기에도 계속 가동되는 것으로, 한동안 멈췄던 영변 경수로는 올 4월 말 이후 재가동된 것으로 관측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한국과의 논의에 대해 "앞으로도 투명성의 정신 아래 협의가 계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8일 "NPT 및 한-IAEA 안전조치 협정 등 국제 핵 비확산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원칙하에 핵잠 사업과 관련해 IAEA와의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양측 발언 모두 협의의 지속을 언급했고, 결론이나 시한을 제시하지는 않았습니다.
핵추진잠수함용 핵연료는 포괄적 안전조치협정 제14조에 따른 별도 약정 없이는 그 자체로 진행되지 않는 사안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잠수함 건조 일정이 아니라, IAEA와의 협의가 어떤 약정으로 정리되는지입니다. 관련 진행 상황은 IAEA의 공식 발표와 외교부 브리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7일 비엔나 기자회견에서 나온 문장은 "협의를 시작할 의향"이었습니다. 아직 시작 지점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