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는 중동전쟁이 모든 투자 모멘텀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의 말입니다. 전력을 파는 회사의 실적을 흔든 것은 전기요금이 아니라 배럴당 유가였습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발전소에 들어가는 연료값은 몇 달 뒤 실적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그 몇 달 뒤가 올해 3분기입니다.
LS증권은 8일 한국전력 목표주가를 기존 5만 2000원에서 4만 8000원으로 7.7% 낮췄습니다. 투자의견은 기존과 같이 유지했습니다. 전일 종가는 3만 2750원으로, LS증권이 제시한 목표주가보다 46.6% 낮은 수준입니다. 하향 이유로는 중동전쟁 이후 주가 할인 폭이 다시 커진 점을 들었습니다. 이를 반영해 적용 주가순자산비율을 낮췄습니다. 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으로, 회사가 가진 자산에 비해 주가가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보는 지표입니다. 회사의 자산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시장이 매기는 값을 낮춰 잡았다는 뜻입니다.
LS증권 추정치를 시간순으로 놓으면 흐름이 보입니다. 한국전력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3조 4910억 원이었습니다. LS증권은 올해 영업이익을 8조 1310억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지난해보다 39.7% 줄어드는 수준입니다. 감소는 하반기에 집중됩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조 906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6.3% 감소할 것으로 봤습니다. 4분기는 1조 312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7% 감소를 예상했습니다. 즉 상반기까지 이어졌던 실적 개선이 3분기를 기점으로 꺾이는 그림입니다.
원인은 연료비입니다. 중동전쟁 상황이 다시 악화하면서 두바이유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액화천연가스와 유연탄 가격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액화천연가스는 천연가스를 액체 상태로 만들어 실어 오는 연료로, 유연탄과 함께 국내 발전 연료비를 좌우합니다. 한국전력은 전기를 만들어 정해진 요금으로 팝니다. 연료를 사 오는 값은 국제 시장에서 움직이지만, 파는 값은 그만큼 빠르게 따라 움직이지 않습니다. 연료 도입과 실적 반영 사이에는 시차가 있습니다. LS증권은 이 연료비 상승 영향이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전쟁 이전까지 이어졌던 실적 구조 개선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적 추정을 낮추면서도 LS증권은 장기 판단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근거는 전력 수요입니다.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량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5기가와트, AI 데이터센터 18.4기가와트,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6.3기가와트로 총 39.7기가와트입니다. 이만한 수요에 대응하려면 새 발전설비를 확보하고 대규모 송전망에 투자하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입니다. 전기를 만들 곳과, 그 전기를 공장까지 보낼 길을 함께 지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내년 실적에 대해서는 원재료 가격 부담이 완화된다는 전제 아래 영업이익 14조 4400억 원, 올해 추정치 대비 77.6% 반등을 제시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전제가 붙은 숫자입니다.
원전도 장기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LS증권은 유럽과 중동에서 대형 원전 사업이 중장기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미국 원전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사업 규모 측면에서 잠재력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국내 사정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AI와 반도체가 만들어낼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만으로 충당하기는 어려운 만큼, 장기적으로 원전을 중심으로 신규 발전용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성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해외 대형 원전과 국내 반도체 공장·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모멘텀은 유효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숫자들은 모두 증권사 한 곳의 추정치입니다. 확정된 실적이 아닙니다. 특히 내년 반등 전망에는 "원재료 가격 부담이 완화된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습니다. 전제가 달라지면 숫자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하나는 실제 3분기·4분기 영업이익이 발표될 때 추정치와 얼마나 벌어지는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국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유연탄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입니다. 발전 연료값은 시차를 두고 실적에 나타나기 때문에, 지금의 유가는 이미 다음 분기 장부에 반영되고 있는 값입니다. 두바이유 100달러라는 리드의 숫자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실적의 예고편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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