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금 가격은 실질금리와 달러가치 방향성에 따라 등락을 반복할 것입니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의 말입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금값은 강한 반등세를 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달 들어 흐름이 뒤집혔습니다. 방향을 바꾼 것은 금 자체가 아니라, 미국에서 나온 두 개의 발표였습니다.
9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이날 오전 8시 6분 기준 온스당 4,353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난 4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한 결과입니다. 출발점은 같은 날 발표된 미국의 8월 고용지표였습니다.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자, 오르던 금값에 곧바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금값의 올해는 진폭이 컸습니다. 연초에는 온스당 5,6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이후 내리막을 타 6월 말에는 한때 4,000달러 아래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한 달 동안 9%가량 뛰며 4,600달러선을 회복했습니다. 지금 가격은 그 반등분을 다시 반납하는 국면에 있습니다.
금값이 금리에 민감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금은 보유하고 있어도 이자가 붙지 않는 자산입니다. 반대로 채권은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면 금의 상대적 투자 매력은 낮아집니다. 고용지표가 탄탄하게 나오면서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졌고, 이 전망이 금값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체입니다.
지난달 반등의 배경 역시 미국 쪽 소식이었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장기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채 바이백 확대 방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바이백은 이미 발행한 국채를 만기 전에 시장에서 되사들이는 조치입니다. 이 발표로 앞으로 달러 가치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고, 금값은 한 달 만에 9% 올랐습니다. 같은 나라의 정책과 지표가 한 달 간격으로 금값을 반대 방향으로 밀었습니다.
가격을 아래에서 받치는 흐름도 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요국들은 미국의 재정 악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외환보유액 구성을 다변화하기 위해 금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과거 세계 최대 수준의 미국 국채 보유국이었던 중국도 2013년 이후 미 국채 보유 규모를 줄이는 대신 금 보유량을 확대해 왔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계속 확대될 경우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와 가치가 약해지고, 안전자산인 금의 상대적 매력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정현종 연구원은 "고금리가 장기화되고 실질금리가 반등할 경우 단기적으로 금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겠지만, 중앙은행 매수와 같은 구조적 요인으로 과거와 같은 폭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내년 초 미국 경기둔화로 실질금리가 하락하는 국면에 진입하면 금 가격은 점진적으로 상승할 여력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증권사 한 곳의 전망입니다.
금값 뉴스를 볼 때 확인할 지표는 두 개로 좁혀집니다. 실질금리와 달러 가치입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값으로, 이자가 없는 금의 매력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금값 기사보다 먼저 나오는 것이 고용지표와 금리 결정 일정입니다. 나흘 연속 하락의 출발점이 금 시장이 아니라 미국 고용지표 발표일이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