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투자 시장에 다시 자금이 들어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한 벤처캐피탈 부대표는 이렇게 말한 뒤 곧바로 단서를 달았습니다. "과거처럼 업종과 투자 단계를 가리지 않고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흐름은 아닙니다." 2025년 상반기, 국내 바이오·의료 벤처투자액은 4년 만에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그런데 그 돈이 향한 곳은 꽤 좁았습니다.
7월 9일 중소벤처기업부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투자액은 1조 5,041억 원입니다. 2024년 같은 기간보다 53.6% 늘어난 규모입니다. 2022년 상반기 1조 3,159억 원을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절반 넘게 늘어난 증가율만 보면 투자 혹한기가 끝났다고 읽을 만한 숫자입니다.
이 회복세는 낮아진 바닥에서 출발했습니다. 2022년 1조 3,159억 원을 찍은 뒤 바이오·의료 벤처투자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며 혹한기에 들어섰습니다. 금액이 반토막 난 상태가 몇 년간 이어졌고, 2025년 상반기에 와서야 2022년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즉 지금 숫자는 새로운 고점이 아니라, 3년 전 자리로 돌아온 지점에 가깝습니다.
늘어난 돈이 집중된 구간은 프리IPO입니다. 프리IPO는 기업공개 직전 단계에 들어가는 투자로,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 시점이 눈앞에 있는 자금입니다. 투자 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바이오 분야 프리IPO 투자액은 2024년 상반기 약 1,424억 원에서 2025년 상반기 3,293억 원으로 131% 이상 늘었습니다. 상반기 유치 사례로는 넥스아이 500억 원, 아델 490억 원, 스파크바이오파마 315억 원, 피알지에스앤텍 200억 원이 꼽힙니다. 초기 투자보다 기대수익률은 낮아도, 성과가 이미 확인된 곳을 택하는 안정지향적 관행이 자리 잡은 결과로 풀이됩니다.
해외 투자자의 참여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2024년에는 해외 투자자의 건당 투자 규모가 50억~100억 원 수준이었지만, 2025년에는 글로벌 대형 벤처캐피탈이 수백억 원을 넣는 사례가 이어졌습니다. 프레이저테라퓨틱스는 존슨앤드존슨 이노베이션과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이 참여한 라운드에서 500억 원을, 브리즈바이오는 세쿼이아캐피털 등이 참여한 라운드에서 360억 원을 확보했습니다. 더브이씨 집계로 해외 투자자가 참여한 라운드의 건당 평균 투자액은 약 122억 원에서 약 191억 원으로 56%가량 커졌습니다.
자금이 몰린 기업들의 공통점은 이미 결과를 내놨다는 점입니다. 넥스아이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NXI-101'을 2024년 3월 일본 오노약품공업에 기술이전했고, 현재 오노약품 주도로 일본에서 임상 1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델은 오스코텍과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후보물질 'ADEL-Y01'을 2024년 사노피에 총 10억 4,000만 달러 규모로 기술이전했습니다. 반면 과거 호황기처럼 디지털 헬스케어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초기 기업에 폭넓게 자금이 풀리는 흐름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시장 전체에 온기가 돌아도 기업 간 부익부 빈익빈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투자자 유입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글로벌 벤처캐피탈과 대형 제약사의 투자는 단순 자금 조달을 넘어 해외 임상, 기술이전, 후속 투자 유치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다만 앞서 인용한 벤처캐피탈 부대표는 "임상 성과나 기술력을 입증하고 IPO 등 다음 단계가 가시화된 기업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투자금이 몰리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같은 회복세를 두고 발판으로 읽는 시선과 편중으로 읽는 시선이 함께 놓여 있습니다.
바이오 벤처투자 회복을 총액 하나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투자 동향과 더브이씨 집계는 단계별 수치를 함께 제공하므로, 총액 증가율과 함께 프리IPO 투자액 비중, 초기 단계 투자액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나란히 확인하는 편이 실제 흐름에 가깝습니다. 2025년 상반기의 경우 총액은 53.6% 늘었지만 프리IPO는 131% 이상 늘었습니다. 돈이 돌아온 것은 사실이고, 어디까지 돌아왔는지는 아직 다른 문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