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무산된 조선사, 파는 방법이 바뀌었습니다 지난 6월, 케이조선 매각은 우선협상대상자 한 곳도 정하지 못한 채 절차가 종료됐습니다. 석 달 뒤, 같은 회사가 다시 매물로 나왔습니다. 인수에 필요한 돈은 구주 인수와 유상증자를 합쳐 약 9,000억 원으로 업계는 추산합니다. 달라진 것은 가격표가 아니라 파는 절차입니다.
9일 투자은행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케이조선 최대주주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KHI는 이달 중 인수의향서를 접수합니다. 인수의향서는 사겠다는 뜻을 공식 문서로 밝히는 첫 단계입니다. 이후 적격 후보자를 선별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매각주관사는 삼일PwC입니다. 추석 연휴 전후로 주요 일정을 몰아서 소화하는 일정표입니다. 매각을 길게 끌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앞선 매각에서는 태광그룹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를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6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없이 절차가 종료됐습니다. 케이조선의 이력도 짧지 않습니다. STX조선해양의 후신으로, 과거 법정관리와 자금난을 겪었습니다. 유암코·KHI 체제로 넘어온 뒤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회사입니다. 한 번 무산된 매각 이력이 이번 방식 선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이번 매각의 핵심은 스토킹호스 방식입니다. 사전에 예비 인수자를 정해 거래조건을 구체화한 뒤, 공개경쟁절차를 거쳐 최종 인수자를 가리는 방식입니다. 파는 쪽은 인수의향서를 낸 후보 가운데 거래를 끝까지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은 곳을 골라 스토킹호스 지위를 줍니다. 그 뒤 공개경쟁입찰로 최종 인수예정자를 확정합니다. 거래가 중간에 깨질 위험을 줄이고, 절차를 예측 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이 이 방식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업계는 한국카본과 태광산업 연합을 유력한 인수 후보로 보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이미 인수 검토에 들어간 상태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면 스토킹호스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역할은 나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카본은 사업을 직접 맡는 전략적투자자, 태광산업은 자금을 대는 재무적투자자입니다. 태광산업은 앞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매도인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인수가 무산된 전력이 있습니다.
케이조선의 2026년 상반기 매출은 6,835억 원, 영업이익은 1,143억 원입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72% 늘었습니다. 200%를 웃돌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내려와, 올 상반기 기준 약 163%로 추산됩니다. 확정치가 아닌 추산치입니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실적 외의 요소를 함께 봅니다. 공급망 재편과 친환경 선박 수요 확대, 함정 유지·보수·정비 시장 성장으로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다는 평가입니다. 케이조선은 진해 해군기지와 인접하고 미 해군 함대지원단이 상주하는 입지를 갖췄습니다. 한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 사업 진출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스토킹호스로 선정되는 것과 회사를 손에 넣는 것은 다릅니다. 예비 인수자가 정해진 뒤에도 공개경쟁입찰이 남아 있습니다. 남은 순서는 인수의향서 접수 → 적격 후보 선별 → 양해각서 체결 → 공개경쟁입찰입니다. 6월에는 이 과정의 마지막 문턱에서 절차가 멈췄습니다. 이번에 확인할 지점은 인수 후보가 누구냐가 아니라, 어느 단계까지 실제로 진행되는지입니다.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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