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로 나간 피의자, 법원은 도피가 아니라고 했다 "공수처 고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사람 정도." 서울중앙지법이 1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시 인식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대사로 임명한 것이 '도피'였는지를 다툰 재판입니다. 법원은 도피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함께 기소된 5명도 모두 무죄였습니다.
2025년 7월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는 범인도피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당시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 비서관, 심우정 전 검찰총장(당시 법무부 차관)도 모두 무죄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된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킬 목적으로 호주대사에 임명했다고 봤지만, 재판부는 그 목적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24년 3월 4일 이 전 장관은 주호주대사로 임명됐습니다. 당시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었고, 출국이 금지된 상태였습니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독립 수사기관입니다. 임명 사흘 뒤인 3월 7일, 이 전 장관은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해제하자 호주로 떠났습니다. 그러나 국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부임 11일 만에 귀국했고, 같은 달 25일 대사직에서 사임했습니다.
범인도피죄가 성립하려면, 도피시킨 사람이 상대를 '숨겨야 할 범인'으로 인식하고 있었어야 합니다. 재판부는 이 지점에서 갈랐습니다.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기용 논의는 2023년 9월께 시작돼 같은 해 11월 구체적인 임명 지시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공수처의 첫 출국금지는 그해 12월 초에 이뤄졌습니다. 논의와 지시가 출국금지보다 앞섰다는 뜻입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이긴 했지만 본격적인 수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출국금지 상태의 피의자가 비행기를 탔다는 사실만으로는 도피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재외공관장은 신분과 근무지가 공개되고 소재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잠적이나 은닉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임명을 추진하던 시점에 윤 전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실과 외교부 관계자들도 법무부의 출국금지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본 것도 같은 결론으로 이어졌습니다.
재판부가 임명 지시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호주대사 임명을 지시한 사실은 인정된다고 했습니다. 다만 인사검증, 주재국의 사전 동의를 받는 아그레망, 출국금지 해제 같은 개별 절차에 윤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공무원법 위반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나머지 피고인 5명에 대해서도 범인도피라는 공동의 목적 아래 순차적으로 가담했다고 볼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이번 판단은 1심입니다. 검찰이 항소하면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2심에서 다시 다투게 됩니다. 무죄의 이유가 "임명이 없었다"가 아니라 "도피 목적이 입증되지 않았다"에 있다는 점이 이후 재판을 볼 때의 기준이 됩니다. 윤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도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법원이 본 그날의 인식은 "논란이 되고 있는 사람 정도"였습니다. 그 한 줄이 이 재판의 결론을 갈랐습니다.
![[속보]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도피 의혹’ 尹 1심 무죄](https://wimg.sedaily.com/news/cms/2026/09/11/news-p.v1.20260729.586135ff598744f8b10d17b777b0568d_P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