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과의 경쟁률이 66.15대 1을 기록했습니다.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입니다. 정원 한 자리를 두고 66명이 원서를 넣었다는 뜻입니다. 이 학과만의 일이 아닙니다.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주요 5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이 학과가 만들어진 뒤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11일 종로학원 집계에 따르면, 2027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연세대·고려대· 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 5개 대학 반도체 계약학과에 지원한 인원은 5,592명입니다. 5개 대학 평균 경쟁률은 28.53대 1입니다. 정원 한 자리에 28명 이상이 몰린 셈입니다. 종로학원은 이 수치가 반도체 계약학과가 개설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특정 학교 한 곳이 끌어올린 숫자가 아니라, 5개 대학을 합친 평균이라는 점이 이번 집계의 특징입니다.
지원자 5,592명은 전년 대비 972명 늘어난 숫자입니다. 증가율로는 19.4%입니다. 1년 사이에 지원자가 5분의 1가량 불어난 것입니다. 증가 폭이 가장 큰 곳은 서강대였습니다. 전년보다 354명, 36.5% 늘었습니다. 한양대가 250명(21.3%) 증가로 뒤를 이었습니다. 고려대는 71명(21.1%), 성균관대는 309명(18.0%) 늘었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4개 대학이 동시에 움직였다는 점에서, 특정 대학의 전형 변화보다 계약학과 자체에 대한 관심이 커진 흐름으로 읽힙니다.
계약학과는 2003년 도입된 제도입니다.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내용을 대학 교육에 반영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기업과 대학이 협약을 맺고, 산업계 수요를 교육과정에 넣어 맞춤형 인재를 키우는 방식입니다. 기업이 등록금을 지원하고, 대부분의 경우 졸업 후 채용도 보장합니다. 학과 이름에 기업명이 붙어 있는 곳도 있습니다. 고려대 SK하이닉스 반도체공학과, 연세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공학과가 그렇습니다. 지원자 입장에서 보면 학비 부담과 취업 불확실성이라는 두 가지 변수가 동시에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5개 대학이 모두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연세대는 지원자가 12명, 1.5% 줄었습니다. 경쟁률 순위도 갈렸습니다.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가 66.15대 1로 가장 높았고, 한양대 반도체공학과가 44.41대 1,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36.84대 1이었습니다. 반면 고려대 SK하이닉스 반도체공학과는 14.57대 1, 연세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10.85대 1입니다. 가장 높은 학과와 가장 낮은 학과의 차이는 6배가 넘습니다. 경쟁률은 모집인원 1명당 지원자 수이므로, 지원자 규모만으로 순위가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학과별 모집 규모에 대한 내용은 이번 집계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종로학원은 지원 열기의 배경으로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지목했습니다.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호황 국면에서 수혜를 받는 주요 대기업으로의 취업이 보장되는 만큼, 지원 열기가 뜨거웠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종로학원의 해석입니다. 지원자 개인이 어떤 이유로 원서를 냈는지는 집계에 담기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원자 수와 평균 경쟁률이 함께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계약학과가 입시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이전과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하나의 덩어리가 아닙니다. 이번 집계에서 학과별 경쟁률은 10.85대 1에서 66.15대 1까지 벌어졌습니다. 같은 분야, 같은 수시모집이어도 학과를 어디로 정하느냐에 따라 숫자가 6배 차이 났다는 뜻입니다. 평균 28.53대 1이라는 수치 하나만 보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지원을 고민한다면 대학별·학과별 모집인원과 전형 방법을 각 대학 입학처 모집요강에서 직접 확인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기업이 등록금을 지원하고 채용을 보장하는 조건 역시 대학과 기업 간 협약에 따라 정해지므로, 해당 학과의 공고 내용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정원 1명에 66명이 몰린 그 학과도, 5개 대학 중 하나의 사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