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이 모인다 "중앙아시아는 지정학적 중심지이자 풍부한 에너지와 핵심 광물을 보유한,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 말입니다. 닷새 뒤인 16일, 서울에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한국 정부가 이 지역 국가들과 여는 첫 다자 정상회의입니다.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달 16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직접 주재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의 주제는 '한·중앙아 협력 방향 및 혁신·번영·연계성 강화를 위한 파트너십'입니다. 참여국은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입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서울 선언'을 채택할 계획입니다. 공급망과 미래산업, 인적 교류 등 중장기 협력 비전을 담는 합의문입니다.
한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공식 창구는 2007년 출범한 한·중앙아시아 협력포럼이었습니다. 포럼 형태로 운영돼 온 이 틀을 정부는 이번에 정상급으로 끌어올립니다. 정상 간 일정도 그에 맞춰 촘촘하게 짜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14일 우즈베키스탄, 15일 투르크메니스탄과 카자흐스탄, 16일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정상을 차례로 만나 양자 회담을 갖습니다. 이 가운데 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 정상은 국빈 자격으로 방한합니다.
정부가 이 지역을 주목하는 이유는 자원의 위치에 있습니다. 중앙아시아는 핵심 광물과 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은 탐사·가공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둘을 연결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공급망 다변화란, 특정 국가 한 곳에 의존해 원료를 들여오는 구조를 여러 나라로 나누는 일을 말합니다. 자원이 한쪽에서 막혔을 때 산업 전체가 멈추는 상황을 줄이기 위한 선택입니다.
이름만 보면 자원 협력 회의로 읽히지만, 논의 범위는 자원 밖으로 넓어집니다. 정부는 기존의 자원·인프라 중심 협력을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과학기술, 기후변화, 수자원, 재난 대응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테러와 마약, 사이버 범죄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에 함께 대응하는 방안도 의제에 올라 있습니다. 자원 거래에 머물던 관계를 산업과 안전 영역까지 넓히려는 시도입니다.
정상회의와 같은 날인 16일에는 '한·중앙아시아 비즈니스 서밋'도 열립니다. 5개국 정상이 함께 참석하고, 각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 500여 명이 실질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 대통령은 11일 회의에서 "이번 회의를 계기로 정상급 다자 협력 체제가 공고화되고 신북방 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합의문에 담길 내용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지는 이 자리에서 나올 협력 방안에서 드러날 부분입니다.
내년은 고려인의 중앙아시아 정착 90주년입니다. 정부는 이 시점에 맞춰 한국어·문화 교육과 청년·인재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아시아 진출이나 유학, 취업을 염두에 둔 사람이라면 정부가 어떤 교류 프로그램을 새로 내놓는지 지켜볼 만합니다. 16일 서울에 모이는 5개국 정상의 회의는 자원과 산업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그 뒤에는 90년 전부터 이어진 사람들의 이동이 놓여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