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이 유력했던 회장이 3년으로 끝났습니다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했다." 조화준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이 11일 밝힌 추천 배경입니다. 성과가 나빴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차기 회장 후보 자리는 현직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갔습니다.
11일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이재근 부문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연임이 유력하다고 거론돼온 양종희 회장은 3년 임기를 끝으로 자리를 마무리하게 됐습니다. 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를 심사하고 추천하는 기구입니다. 이 부문장은 다음 달 2일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을 거쳐 11월 20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정식 선임될 예정입니다. 임기는 11월 21일부터 3년입니다.
후보 압축은 두 단계로 진행됐습니다. 회추위는 지난달 27일 1차 심층 인터뷰를 통해 후보군을 이재근 부문장, 양종희 회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 3명으로 좁혔습니다. 이어 11일 2차 심층 인터뷰에서 각 후보의 경영 비전과 사업 구상을 검증했습니다. 회추위는 이 자리에서 숙의를 거쳐 이 부문장을 최종 후보로 낙점했습니다. 현직 회장이 1차 관문은 통과했지만, 2차에서 결과가 갈린 셈입니다.
이 부문장은 1966년생으로 양 회장보다 다섯 살 젊습니다. 서울고와 서강대 수학과를 거쳐 같은 대학 경제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했습니다. 재무 분야를 주로 거친 그는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우리파이낸셜 인수를 주도하며 은행 밖 사업 구성을 넓히는 작업에 앞장섰습니다. 2022년에는 국민은행장에 올라 업계 최연소 은행장이 됐고, 재임 중 체질 개선을 추진해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는 데 한몫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지주사에서 해외 사업, 개인·기업 자산을 운용하는 자산관리, 중소기업금융 부문을 맡아왔습니다.
시장은 이번 결과를 이변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회추위의 최종 결정 직전까지 업계에서는 양 회장의 연임에 무게를 둬왔기 때문입니다. 회추위가 밝힌 추천 배경에도 현직 성과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담기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우수한 성과"라는 표현이 먼저 나오고, 그 뒤에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붙었습니다. 실적 부진에 따른 교체가 아니라, 성과가 나오는 국면에서 사람을 바꾼 결정이라는 의미입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KB금융이 선제적으로 세대교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다만 회추위는 어떤 사업 구상이 결정을 갈랐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2차 인터뷰에서 검증한 항목이 경영 비전과 사업 구상이었다는 설명까지가 지금 공개된 내용입니다.
지금 확정된 것은 '후보'까지입니다. 이 부문장이 회장이 되려면 다음 달 2일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 11월 20일 임시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합니다. KB금융 주주라면 임시 주총 소집 통지와 안건을 통해 선임 절차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11일 회추위가 밝힌 추천 배경에는 성과에 대한 지적이 없었습니다. 이번 결정을 읽는 기준은 실적이 아니라, 세대교체 시점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놓여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