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종전이 불투명해져 유가가 상승하는 '뉴노멀'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S&P글로벌 에너지의 진단입니다. 이 문장이 나온 날,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4.97%까지 올랐습니다. 시장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기는 5%에서 0.03%포인트 떨어진 지점입니다. 그리고 이날 금리가 오른 것은 미국만이 아니었습니다.
10일(현지 시간)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프랑스·영국 등 주요 선진국 국채금리가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국채금리 상승은 국채 가격 하락을 뜻합니다. 미국 10년물은 11bp 오른 4.95%로 마감했습니다. bp는 금리 변동 단위로, 1bp가 0.01%포인트입니다. 30년물은 8bp 오른 5.37%, 2년물은 15bp 상승한 4.58%였습니다. 각각 19년, 2년 만의 최고치입니다. 유럽도 같았습니다. 영국 10년물은 11bp 오른 5.38%로 2007년 이후 최고, 독일 10년물은 5bp 상승한 3.49%로 2011년 이후 최고였습니다. 프랑스 30년물은 2003년 이후 2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국제유가는 6% 넘게 급등했습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연안 도시 모카를 접수했다는 소식이 나온 뒤였습니다. 브렌트유 선물은 107.63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2.48달러에 장을 마쳤습니다. 브렌트유는 장중 108.77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자극합니다.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으로 이어집니다. 이 관측은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금리를 먼저 밀어 올립니다. 30년물처럼 초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쪽은 앞으로의 화폐 가치 하락을 감안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합니다. 짧은 쪽과 긴 쪽이 동시에 오르는 구조입니다.
미 재무부는 국채 바이백이라는 대응 수단을 갖고 있습니다. 이미 발행된 국채를 시장에서 다시 사들여 유통 물량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전날 재무부는 바이백 규모를 최대 60억 달러로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실제 매입액은 51억 9000만 달러였습니다. 같은 날 재무부는 30년만기 국채 220억 달러 어치를 발행했습니다. 낙찰 금리는 5.308%로, 2001년 이후 25년 만의 최고치였습니다. 사들인 물량보다 새로 내놓은 물량이 훨씬 컸습니다.
재정건전성 우려도 겹쳤습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3일 중간선거에서 승리하면 모든 미국 성인에게 5000달러(약 670만 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소요 재원은 1조 2000억 달러로 추정되는데, 미국의 한 해 국방예산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00만 명의 미국인에게 오바마케어 과다 청구금을 1인당 500달러씩 환급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흐름을 '트럼프 쇼크'라고 표현했습니다.
시장은 재무부의 바이백 정책을 '탱크전에 장난감 총을 들고 나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국채금리 급등세를 진정시키려면 유가가 먼저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S&P글로벌 에너지는 중동의 원유 생산량이 내년 말까지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금리 인상 기대도 커졌습니다. 10일 현재 시장이 보는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확률은 71%로, 하루 만에 10%포인트 넘게 뛰었습니다. 같은 날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2.65%로 25bp 올리고 추가 인상도 강력히 시사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15~16일 회의를 열고 금리를 결정합니다. 이 결정과 유가 흐름이 앞으로 선진국 국채금리의 방향을 가를 두 축입니다. 리드에 나온 4.97%는 하루치 기록이지만, 그 뒤에 놓인 것은 유가·재정적자·통화정책 신뢰라는 세 가지 문제입니다. 어느 하나도 이날까지 해결의 조짐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