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문제없다더니, 사흘 만에 물러났다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원칙입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6월 10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사흘 뒤인 13일, 같은 국회에서 그는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법률 해석이 바뀐 것은 아닙니다. 바뀐 것은 여당 내부의 기류였습니다.
13일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진 사퇴를 발표했습니다. 지난달 30일 후보자로 지명된 지 2주 만입니다. 각종 논란을 직접 해명하며 완주 의지를 밝힌 10일 회견으로부터는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용 후보자는 사퇴 이유로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해명이 부족했다는 설명이 아니라, 여당이 등을 돌렸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처음 문제가 된 것은 겸직이었습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한 채 장관을 맡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후 '가족 정당'과 '언더 조직'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며 논란의 축이 옮겨갔습니다. 겸직의 적절성을 따지던 논의가 후보자 개인과 조직을 겨냥한 검증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5월 30일 지명, 6월 10일 정면 돌파 선언, 12일 여당 지도부의 사퇴 권유, 13일 사퇴. 마지막 세 단계는 사흘 사이에 압축돼 진행됐습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 조항은 없습니다. 용 후보자가 "법률이 허용하는 원칙"이라고 말한 근거입니다. 그러나 부정적 여론은 돌아서지 않았고, 특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확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지점에서 여권 내부에서도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기류가 커졌습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비서실장인 김태선 의원을 통해 용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명권자의 결정보다 여당 대표의 요구가 먼저 도착한 순서입니다.
김태선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비례대표 겸직 문제가 법적 위반은 아닐지라도 국민적 눈높이와 정서에 온전히 부합하지 못한 면이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김 대표의 뜻을 전달했다는 설명도 함께 밝혔습니다. 위법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정치적 부담은 남는다는 판단입니다. 법적 요건을 갖췄다는 후보자의 해명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여당의 판단이 정면으로 부딪혔고 후자가 남았습니다.
야권은 청와대에 인사 검증 책임을 추궁하는 동시에 다음 표적을 공개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용혜인 사퇴는 사필귀정, 다음은 '인사 참사 끝판왕'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차례"라고 논평했습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사퇴 이후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를 위해 검증과 인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후보자의 사퇴 국면이 같은 날 곧바로 다음 후보자 검증 국면으로 넘어간 셈입니다.
이번 사퇴는 법 위반이 확인돼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여당이 부담을 감당하지 않겠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비어 있는 성평등가족부 장관 자리가 언제, 누구로 채워지는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청와대가 말한 "검증과 인선"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절차에서 실제로 달라지는지입니다. 사흘 전 "법률이 허용하는 원칙"이라는 해명은 이 기준 앞에서 통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