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7. 지난달 한국의 경기선행지수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개한 17개국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1년 전 같은 지표에서 한국은 16위, 최하위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를 두고 정부와 시장의 해석이 갈립니다.
13일 OECD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102.87을 기록했습니다. 2021년 5월(102.8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경기선행지수는 OECD가 경기의 전환점을 미리 잡아내기 위해 만든 지표입니다. 6~9개월 뒤의 경기 흐름을 가늠하는 데 씁니다. 기준선인 100을 넘으면 앞으로 국내총생산 수준이 장기 추세를 웃돌 것으로, 100을 밑돌면 추세를 밑돌 것으로 봅니다.
한국의 지수는 2024년 1월 99.14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2월부터 반등해 지난달까지 19개월 연속 올랐습니다. 100선을 넘어선 시점은 2024년 11월입니다. 순위 변화는 더 급했습니다. 2024년 9월 17개국 중 16위였다가 올해 2월 3위, 7월에 2위로 올라섰고, 지난달에는 8개월간 1위를 지킨 브라질을 넘어섰습니다. 한국이 1위에 오른 것은 2020년 5월 이후 처음입니다. 국가데이터처가 내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개월 연속 올라 7월 104.2를 기록했습니다. 2000년 8월(104.6) 이후 24년 11개월 만의 최고치입니다.
이 지수는 여섯 개 지표로 만들어집니다. 제조업 업황 전망, 주가, 투자재 제조업 재고, 재고출하비율, 장단기 금리차, 그리고 교역조건입니다. 한국의 지수를 끌어올린 주요 요인으로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이 꼽힙니다. 교역조건은 수출품 가격을 수입품 가격으로 나눈 값입니다. 값이 높아지면 같은 양을 수출해도 더 많은 수입품을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난달 수출은 반도체·컴퓨터·화장품 수출 확대 등으로 1년 전보다 68.7% 늘었습니다.
지수는 오르고 있지만, 오르는 속도는 느려지고 있습니다. 전월 대비 상승 폭은 올해 3월 0.43포인트가 정점이었습니다. 이후 4월 0.41포인트, 6월 0.28포인트를 거쳐 지난달에는 0.06포인트까지 내려왔습니다. 5개월 연속 축소입니다. 국가데이터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전월차도 6월 0.9포인트에서 7월 0.4포인트로 줄었습니다. 방향은 아직 위쪽이지만, 남은 폭이 얇아진 상태입니다.
밖에서도 변수가 겹쳤습니다. 중동전쟁 격화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미국에서는 물가 상승 우려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고, 국채금리가 치솟았습니다. 국내 채권 금리도 따라 올랐습니다. 지난 11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2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4% 선을 웃돌았습니다. 10년물은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한국은행도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과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의 해석은 다릅니다. 재정경제부는 이달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 9월호에서 "견조한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재경부 관계자는 "선행지수는 OECD 기준이든 데이터처 기준이든 매우 높은 수준으로, 주요 국가와 비교했을 때 압도적인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100을 크게 상회하는 상황에서 전월차 상승 폭이 둔화됐다고 앞으로 경기가 꺾인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유가와 미국 국채금리에 대해서는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은 분명하지만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차가 있다"며 "예의 주시하겠다"고 했습니다.
경기선행지수는 지금이 아니라 6~9개월 뒤를 가리키는 지표입니다. 지난달의 102.87은 내년 상반기에 대한 신호입니다. 그리고 이 지표는 두 가지를 따로 봐야 합니다. 절대 수준과 상승 폭입니다. 수준은 17개국 중 1위이고, 상승 폭은 다섯 달째 좁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도 이 두 숫자입니다. 매달 발표되는 전월 대비 상승 폭이 0 아래로 내려가는지, 그리고 유가와 국고채 금리가 실물경제로 넘어오는 시차가 어떻게 나타나는지입니다. 1년 만에 16위에서 1위로 올라선 지표가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는지는, 순위보다 그 두 숫자에 먼저 드러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