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건이나 예외사유, 가격 등 대부분의 조항에 의견 합의를 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가 전한 말입니다. 지금까지 상장사 경영권이 넘어갈 때 웃돈을 챙긴 것은 대주주뿐이었습니다. 일반주주는 주인이 바뀌는 과정을 지켜볼 뿐, 같은 가격에 팔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 관행을 바꾸는 법안이 국회 문턱 앞까지 왔습니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의무공개매수 도입 관련 심사자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이날 소소위를 열고 조문 설계에 합의했습니다. 의무공개매수는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대주주와 같은 가격에 일반주주도 주식을 팔 수 있게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발동 요건은 지분 25% 이상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거나, 기존 최대주주가 추가로 사들이는 경우입니다. 주식을 직접 사는 경우만이 아니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인 전환사채의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이때 매수해야 하는 범위는 발행주식 총수의 '50%+1주 이상'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정무위는 15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개정안을 의결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인수합병 거래는 최대주주가 가진 지분만 확보하면 성립했습니다. 경영권이라는 가치에 붙은 프리미엄, 즉 웃돈은 그 지분을 파는 대주주가 가져갔습니다. 일반주주는 같은 회사의 주식을 들고 있어도 그 값을 받지 못했고, 투자금을 회수할 통로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이 제도는 그 구조를 겨냥합니다. 경영권 변동 과정에서 소외돼 온 소수주주의 재산권과 엑시트 권리, 즉 투자금 회수 권리를 제도로 보장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인수자가 채워야 하는 물량이 최대주주 지분에서 과반 이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인수합병 시장에는 충격이 따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장 민감한 대목은 '얼마에 사줄 것인가'입니다. 여야는 논의 끝에 매수 가격을 '과거 매수 가격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으로 정했습니다. 법에 숫자를 박아넣는 대신 시행령에 넘긴 것입니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제안하고 있는 기준은 '과거 1년간의 최고 매수가격과 의무공개매수 신고일 전일 종가 중 높은 가격'입니다. 이 안이 시행령에 반영될 전망입니다. 즉 실제로 일반주주가 받게 될 가격은 국회 통과 이후 만들어질 시행령을 봐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재 조항은 두 방향으로 갈렸습니다. 의무공개매수를 이행하지 않거나 다른 방식으로 주식을 우회 취득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기존 일반 공개매수 위반 벌칙인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보다 무거운 수준입니다. 반대로 위반한 지분을 팔라고 명령하는 처분명령의 범위는 줄었습니다. 기존 개정안은 미리 사둔 선행매수까지 포함해 취득 지분 전체를 대상으로 했지만, 법을 어겨 사들인 '25%를 초과한 취득분'으로 축소됐습니다. 면책 통로로 검토됐던 소수주주 다수결 제도는 법안에서 빠졌습니다. 대주주 등 이해관계 지분을 제외하고 일반주주 다수결로 결의하면 공개매수 의무를 덜어주는 제도인데, 인수자나 대주주가 우호 지분을 동원해 제도를 무력화하는 우회로로 쓸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습니다. 대신 이미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상태에서 추가 매수하는 경우, 부실징후 기업이나 회생절차가 개시된 기업의 주식을 사는 경우는 명시적 예외로 인정됐습니다.
현재 유일한 쟁점은 공개매수 대상 범위의 대통령령 위임 여부입니다. 50%+1주를 기본으로 한다는 데는 합의했지만, 여기서 갈립니다. 여당 측은 상황에 따라 50%+1주 이상으로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대통령령에 권한을 일부 위임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소액주주를 포괄적으로 보호하고 법안에 유연성을 갖춰야 한다는 이유입니다. 야당 측은 대통령령으로 조항이 바뀔 여지가 있으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추가 논의를 통해 대통령령으로 변경할 수 있는 매수 범위의 상한선을 두는 방안이 담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무위 관계자는 "일부 미합의 조항도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직 확정된 법이 아닙니다. 정무위 소소위 단계의 합의이고, 15일 법안심사소위 의결이 예정된 상태입니다. 이후 상임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그리고 시행령 제정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지켜볼 지점은 두 개로 정리됩니다. 첫째, 공개매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넓힐 수 있게 할지, 상한선을 둘지. 둘째, 매수 가격 기준이 시행령에 어떻게 적어 넣어질지. 이 두 가지가 정해지고 나서야, 경영권이 넘어가는 순간 내가 든 주식을 대주주와 같은 값에 팔 수 있는지가 실제로 판가름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