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팔고 금을 산 사람들 9월 1일부터 11일까지, 개인투자자가 업종·원자재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가장 많이 사들인 것은 금이었습니다. 'ACE KRX금현물'에 217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같은 기간 개인은 SK하이닉스 주가를 두 배로 따라가는 ETF 한 종목에서만 1,791억 원을 빼냈습니다. 상반기 내내 한 방향으로만 흘렀던 돈이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14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ETF CHECK 집계에 따르면, 이달 1~11일 업종·원자재 ETF 개인 순매수 1위는 'ACE KRX금현물'(217억 원)이었습니다. 이어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에 126억 원, 'TIGER KRX금현물'에 117억 원, 'TIGER 코리아원자력'에 108억 원이 유입됐습니다. 금, 2차전지, 원전이 한 목록 안에 나란히 올라온 셈입니다. 상반기 순매수 상위를 반도체 관련 상품이 독차지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같은 기간 순매도 상위는 전부 반도체였습니다. 'KODEX SK하이닉스 단일종목레버리지'에서 1,791억 원,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에서 875억 원이 빠져나갔습니다. 'SOL AI반도체TOP2플러스'는 773억 원, 'KODEX 삼성전자 단일종목레버리지'는 621억 원, 'TIGER 반도체TOP10'은 538억 원 순매도였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특정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가장 크게 움직이던 자리에서 가장 큰 매물이 나왔습니다.
올해 1~6월 흐름은 정반대였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제외하고도 'SOL AI반도체TOP2플러스'에 3조 4,759억 원이 몰렸습니다. 'TIGER 반도체TOP10'에 1조 7,759억 원,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에 1조 2,554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조 단위로 반도체에 쌓였던 자금이, 9월에는 수백억 원 단위로 다른 업종에 나뉘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배경으로는 코스피 상승세 둔화가 꼽힙니다. 상반기 증시를 이끌었던 업종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상대적으로 덜 오른 업종으로 자금을 옮기는 순환매입니다. ETF만의 일도 아닙니다. 이달 개인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은 현대차, LG이노텍, 삼성전기, 에이피알, 현대모비스로 갈렸습니다. 반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순매도 1·2위에 올랐습니다.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89억 원)와 'KODEX AI전력핵심설비'(38억 원)에도 자금이 들어왔습니다.
다만 반도체가 통째로 외면받은 것은 아닙니다. 이달 순매수 2위는 'TIGER 반도체TOP10커버드콜액티브'로 206억 원이 유입됐습니다. 커버드콜은 주식을 보유한 채 콜옵션을 팔아, 주가가 크게 오를 때의 이익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옵션 프리미엄을 받는 구조입니다. 같은 업종을 담더라도 상승폭을 좇는 상품에서는 돈이 빠지고, 변동성을 줄이는 구조의 상품으로는 돈이 들어왔습니다.
증권가에서도 비반도체 업종의 근거가 언급됩니다. 금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우려에도 중앙은행 매수세가 가격 하단을 받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올 2분기 글로벌 중앙은행의 금 순매입은 288.9톤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2% 늘었습니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연말까지 거래 범위를 4,100~4,750달러로, 연말 종가를 4,550달러 내외로 전망했습니다. 화장품에서는 수출이 근거로 꼽힙니다. 올해 7월 누적 화장품 수출액은 68억 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했고, 판매 지역도 미국에서 유럽·중남미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송지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업종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순매수 순위는 성과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개인이 많이 산 상품이 많이 오른 상품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이달 목록에서 확인되는 사실은 하나입니다. 같은 반도체 업종 안에서도 '단일종목레버리지'가 붙은 상품에서는 수천억 원이 빠졌고, '커védor'... '커버드콜'이 붙은 상품으로는 수백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이름에 붙은 레버리지·커버드콜 같은 단어는 마케팅 표현이 아니라 손익 구조 자체를 가리킵니다. 상품별 구조와 기초자산은 각 운용사가 공시하는 투자설명서와 거래소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9월 순매수 1위가 금이었다는 사실은, 돈이 어디로 갔는지를 말해줄 뿐 어디가 옳았는지는 아직 말해주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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