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상의 명분이 되는 생산 원가의 적정성을 중점 점검하겠다." 이성글 국세청 조사국장이 14일 밝힌 조사 방향입니다. 국세청은 이날 계란 생산농가부터 배달 플랫폼까지 41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포착된 탈루 혐의 금액은 모두 1조 원 규모입니다. 이 중 먹거리와 직접 관련된 업체만 38곳입니다.
2026년 9월 14일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조사 대상은 농축산물 유통업체 23곳, 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배달 플랫폼 16곳, 패션 플랫폼 2곳입니다. 규모로는 중견기업이 8곳, 중소기업이 33곳이며 코스피 상장사도 2곳 포함됐습니다. 대기업 몇 곳을 겨냥한 조사가 아니라, 생활물가에 영향력이 큰 업체들을 업종별로 묶어 동시에 들여다보는 방식입니다.
조사 대상은 먹거리가 식탁에 오르는 순서대로 배치돼 있습니다. 출발점인 계란 생산농가 11곳에서는 400억 원이 넘는 수익 축소 신고 혐의가 포착됐습니다. 업체별 혐의금액은 20억~70억 원 수준입니다. 일부 농가는 계란을 팔면서 세금계산서를 남기지 않는 거래를 요구했고, 배우자 명의로 된 실체 없는 양계장에 매출을 나눠 놓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다음 단계인 가공식품 업체의 혐의 금액은 2,000억~3,000억 원에 달합니다.
사슬의 끝에는 배달의민족이 있습니다. 국내 법인이 해외 모회사에 배당이나 이자를 보낼 때는, 보내는 쪽이 세금을 미리 떼어 국내에 납부해야 합니다. 국세청은 배민이 국내 사업으로 벌어들인 1조 원대 이익을 독일 모회사로 이전하면서, 이 절차로 내야 할 1,000억 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배당이나 이자소득이 아닌 것처럼 복잡한 자본거래로 처리했다는 의심입니다. 해외 관계사에 업무지원 용역을 무상 제공하고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부당 공제받은 혐의도 있지만, 금액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습니다.
개별 사례도 공개됐습니다.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는 직원 이름을 빌려 가맹점을 운영하거나, 법인 명의로 산 슈퍼카를 사주가 사적으로 쓴 경우가 적발됐습니다. 농축산물 수입업체 중에는 위장업체를 세워 낮은 세율의 관세 혜택을 추가로 받은 뒤 매출을 분산한 사례가 조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패션 플랫폼 2곳에서는 매출 누락과 원가 부풀리기 혐의가 포착됐습니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가 제품 가격 인상이나 높은 수수료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납세 실태를 검증하다가 허위 원가 계상, 매출 누락, 원천징수 누락 같은 별도 혐의를 포착해 착수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원가는 조사의 핵심에 놓였습니다. 일부 가공식품 업체는 원재료비와 물류비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면서, 실제로는 국내외 관계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제품 원가에 넣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코스피 상장 종합식품기업은 해외 현지법인 인건비 약 50억 원을 대신 부담하고 약 500억 원을 변칙 지원하면서 이자 60억 원대를 받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성글 조사국장은 "생산 원가의 적정성과 거래처와의 정상 거래 여부,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중점 점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배민 관계자는 "세무조사와 관련한 사실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는 가격표가 아니라 가격표 뒤의 장부를 겨냥합니다. 값이 오른 이유로 제시된 원가가 세무상 맞게 계산됐는지, 거래처와의 거래가 정상이었는지가 검증 대상입니다. 국세청은 차명계좌를 통한 수익 은닉 등 조세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즉시 조세범칙사건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계란 한 판에서 배달 주문 한 건까지, 41곳의 장부가 같은 기준으로 열리는 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