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25.54포인트(3.26%) 내린 6684.37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코스닥지수는 13.85포인트(1.69%) 하락한 806.79로 마감했습니다. 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주였습니다. 삼성전자는 1만 500원(4.05%) 내린 24만 9000원, SK하이닉스는 11만 5000원(6.35%) 급락한 169만 7000원에 마감했습니다. 삼성전기(-4.50%), 현대차(-2.88%), LG에너지솔루션(-2.36%)도 약세였습니다.
코스피는 이날로 3거래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이날 장중 흐름도 한 방향이 아니었습니다. 217.30포인트(3.14%) 내린 6692.61로 출발한 뒤 오전 한때 6654.82까지 밀렸습니다. 낙폭이 3.69%까지 커진 지점입니다. 이후 저가 매수세로 6900선을 회복했지만 장 막판 다시 무너졌습니다. 수급도 하루짜리가 아닙니다. 외국인은 4거래일 연속, 기관은 5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였습니다. 이날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3조 9116억 원, 기관은 1조 6900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하루에 5조 6000억 원 넘는 물량이 나왔고, 개인이 4조 1250억 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09억 원, 348억 원을 팔고 개인이 1484억 원을 사들였습니다.
출발점은 미국의 8월 물가였습니다. 에너지와 식품처럼 변동이 큰 품목을 뺀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월보다 0.3% 올랐습니다. 시장 전망치 0.2%를 웃돈 수치입니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으면 금리를 더 올릴 이유가 생깁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가 반영한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86~87%까지 올랐습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연 5%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유가가 겹쳤습니다. 시장이 기대했던 호르무즈 해협 통행 관련 중동 국가 간 회의가 연기되고,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 가동 중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8달러를 다시 넘어섰습니다. 고유가가 물가를 자극해 주요국의 긴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눌렀다는 분석입니다.
반도체주에는 다른 변수가 하나 더 붙었습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는 AI 모델의 개선 속도를 늦추고 추가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속도 조절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AI 개발 속도는 반도체 수요와 직접 연결됩니다. 개발을 만드는 쪽에서 나온 발언이 반도체주에 직격탄이 된 배경입니다.
지수가 3% 넘게 빠진 날, 오른 종목도 있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4.99%, 하나금융지주는 2.18%, KB금융은 2.08% 상승 마감했습니다. 금리 상승은 은행에는 다른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길어지면 순이자마진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이 자산을 운용해 번 이자에서 조달 비용을 뺀 수익률입니다. 같은 금리 뉴스가 반도체와 은행에 반대로 읽힌 하루였습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에는 9월 FOMC와 일본은행(BOJ) 회의를 소화하면서 증시의 매크로 변수 민감도가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변동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 수급과 반도체주의 주도력 회복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지수를 움직인 재료는 국내에 없었습니다. 미국 물가 지표, 미국 국채금리, 중동 유가, 해외 빅테크 경영진 발언이었습니다. 국내 증시를 볼 때 확인할 지점이 국내 바깥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KB증권이 지목한 두 가지는 이번 주 FOMC·BOJ 회의 결과와 외국인 수급입니다. 오후에 6900선을 회복했다가 장 막판 다시 무너진 이날 흐름처럼, 하루 안에서도 방향이 여러 번 바뀔 수 있는 국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