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고신대 의대의 한 전형에는 정원 1명당 23명이 몰렸습니다. 합격하면 졸업 후 10년간 그 지역을 떠날 수 없는 조건이 붙은 자리입니다. 조건이 붙었는데도 지원자는 줄지 않았습니다. 전국 31개 의대로 넓혀 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도가 처음 문을 연 해에 벌어진 일입니다.
14일 종로학원 집계에 따르면, 2027학년도 수시모집 지역의사제 전형에 5,076명이 지원해 평균 경쟁률 11.08대 1을 기록했습니다. 전국 31개 의대를 합친 수치이고, 지역의사제가 실제로 학생을 뽑는 것은 이번이 첫해입니다. 지역의사제는 선발된 학생이 의대를 졸업한 뒤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의무복무하는 조건으로 뽑는 전형입니다. 권역별로는 지방권 27개 의대에 4,884명이 지원해 11.20대 1, 경인권 4개 의대에 192명이 지원해 8.73대 1이었습니다. 지원자의 96%가 지방권 의대로 향한 셈입니다.
같은 지방권 27개 의대의 기존 지역인재전형 지원자는 전년보다 356명, 3.2% 줄었습니다. 지역인재전형은 해당 지역 출신 학생을 우선 선발하는 전형으로, 지역의사제와 달리 졸업 후 의무복무 조건이 없습니다. 새 전형이 생기면서 기존 전형 지원자가 일부 옮겨간 것으로 보입니다. 종로학원은 지방 거주 상위권 수험생 상당수가 지역의사제와 기존 지역인재전형에 동시에 지원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지원자 총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갈 곳이 하나 늘어난 구조입니다.
경쟁률이 높다고 합격선도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의사제는 10년 의무복무라는 부담이 붙어 있어, 기존 의대 합격선 대비 점수는 낮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같은 의대에 들어가는 길이 두 개인데 한쪽에만 조건이 붙어 있으니, 성적이 더 좋은 학생은 조건 없는 쪽을 택하게 됩니다. 경쟁률 숫자가 문을 두드린 사람의 수라면, 합격선은 끝까지 남은 사람의 성적입니다. 이번에는 두 숫자가 반대 방향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예상과 어긋난 지점이 있습니다. 지방권 의대에서 의무복무 조건이 없는 지역인재전형의 경쟁률은 10.52대 1이었는데, 조건이 붙은 지역의사제가 11.20대 1로 더 높았습니다. 부담이 더 큰 쪽에 사람이 더 몰린 것입니다. 대학별로 보면 고신대가 23.00대 1로 전국 최고였고, 전북대 21.29대 1, 동아대 19.53대 1이 뒤를 이었습니다. 조선대, 건국대 글로컬캠퍼스, 계명대, 영남대, 가톨릭관동대도 14대 1을 넘겼습니다. 반면 경인권에서는 성균관대가 11.67대 1로 가장 높았고, 아주대는 6.50대 1로 가장 낮았습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역의사제 지원자들의 상향·하향 지원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만큼 현재 경쟁률만으로 합격선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학과 지역에 따라 중복합격에 따른 이탈 규모와 최종 합격선에도 상당한 격차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탈은 양쪽에서 발생합니다. 기존 지역인재전형 합격자는 수도권 의대에 함께 붙으면 그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되고, 지역의사제 합격자는 의무복무 조건이 없는 지역인재전형에 함께 붙으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 나온 11.08대 1은 합격선이 아니라 지원자 수를 정원으로 나눈 숫자입니다. 첫 시행 전형이라 비교할 전년 데이터도 없습니다. 지원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은 경쟁률이 아니라, 최종 등록까지 몇 명이 남는지입니다. 이 규모는 대학별·지역별로 크게 갈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고신대에 몰린 23명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전형에도 함께 지원한 학생일 수 있습니다. 그 23이라는 숫자가 끝까지 23으로 남을지는, 아직 아무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