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습 없이 불량을 잡아내는 AI가 나왔다 “이제 그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단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연구원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한 말입니다. 이날 공개된 모델 중 하나는, 공장에서 제품 외관이 바뀌어도 다시 배우지 않고 품질을 검사합니다. 지금까지 검사 AI는 화면이 조금만 달라져도 데이터를 처음부터 익혀야 했습니다. 일회성 시연이 아니라, LG가 6년 동안 쌓아온 방향의 다음 단계입니다.
LG AI연구원은 2026년 9월 14일 LG사이언스파크에서 ‘AI 토크 콘서트 2026’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제조·과학·금융 분야의 ‘전문가 AI’ 모델들을 공개했습니다. 모두 자체 AI 기반 모델 시리즈인 엑사원을 토대로 만든 것들입니다. 제조 분야에서 선보인 것은 자율검사 특화 모델 ‘엑사원 옴니 인스펙트’입니다. 공정과 제품의 외관 이미지가 바뀔 때마다 데이터를 다시 학습해야 했던 기존 한계를 넘었다는 게 LG AI연구원의 설명입니다.
LG AI연구원은 2020년 12월에 출범했습니다. 그로부터 이번 행사가 열린 2026년 9월 14일까지 특허 1,080건을 출원했고, 논문 368편이 채택됐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실제 산업 현장의 난제를 100건 이상 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배터리 수명·용량 예측, 불량 제품 선별, 생산·자재 관리 계획 최적화, 신약 후보 물질 발굴 등입니다. 금융 특화 모델 ‘엑사원 BI’는 올해 초 정식 출시됐습니다.
핵심은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방식입니다. 개별 공장의 데이터만 보고 배우는 대신, 산업 문제의 공통 구조를 미리 익혀 둔 범용 기반 모델을 말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새로 얻는 데이터가 적어도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새 모델은 공정 조건과 품질 정보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엑사원 태뷸러’ 등 기존 제조 특화 모델과 시너지를 낼 예정입니다. 금융 쪽 엑사원 BI에도 시간에 따라 변하는 정보를 다루는 ‘엑사원 포어캐스트’를 얹어 성능을 높였습니다.
이날 나온 것이 전부 지금 쓸 수 있는 제품은 아닙니다. 과학 분야에서 공개된 것은 자율 실험 체계의 ‘청사진’입니다. LG AI연구원과 LG화학이 공동 개발 중인 단계로, 로봇과 AI가 물질을 설계하고 합성 결과를 예측한 뒤 실제 실험까지 수행하는 화학소재 자율 실험실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로봇의 ‘뇌’ 역할을 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역시 개발 상황을 소개하는 수준에서 공유됐습니다. 계획과 현재 구현된 것을 나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순영 LG AI연구원 데이터 인텔리전스랩장과 유정선 LG이노텍 AX담당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변화가 많은 산업 현장에서 소량의 현장 데이터만으로도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며 “변화하는 공정 조건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임우형 공동연구원장은 “개별 로봇의 자동화를 넘어 공장 전체가 하나의 지능으로 움직이는 자율형 공장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광모 LG 회장은 “기술과 경쟁의 룰은 바뀌고 고객의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을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실제로 접점이 있는 쪽은 금융입니다. 기업 종목 분석을 대신해주는 엑사원 BI는 글로벌 시장에서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국내에서는 증권 정보 시스템 기업 코스콤을 통해 사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LG는 이 사업을 북미·유럽·중동으로 넓히고, 적용 분야도 주식 분석을 넘어 채권과 원자재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엑사원 시리즈는 ‘모두를 위한 전문가 AI’로 만들어 최대한 많은 고객과 이용자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공장의 검사 라인에서 시작된 변화가, 채권 시장을 들여다보는 화면까지 옮겨가는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