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준감위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한 것은 아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이 9월 15일 기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일부 임직원이 월세 지원금을 부정하게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답이었습니다. 확인되지 않았다는 말과, 확인되면 처리한다는 말이 같은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15일 서울 서초구 삼성타운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9월 정례회의가 열렸습니다. 회의에 앞서 이찬희 위원장이 기자들과 만났습니다. 질문은 삼성전자 DS부문, 즉 반도체부문 일부 임직원이 매월 70만 원의 월세 지원금을 부정하게 수령했다는 의혹이었습니다. 회사의 주거 지원 제도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이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것은 의혹의 존재와 금액입니다. 몇 명이 해당되는지, 기간이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준감위의 최근 관심사는 노사 문제였습니다. 지난달 준감위는 노동소위원회를 열었습니다. 외부 노동 전문가들로 구성된 노사관계 자문그룹으로부터 노동 현안 전반에 대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 위원장은 "성과급에 대해서만 논의한 것이 아니라 노동 전반에 대해 보고받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습니다. 성과급, 그리고 노동관계에서의 인권 문제가 함께 다뤄졌습니다. 그 다음 달 정례회의 앞에서 나온 질문이 월세 지원금이었습니다. 노사 현안을 들여다보던 위원회 앞에, 임직원 복리후생 제도를 둘러싼 의혹이 새로 놓인 셈입니다.
이 위원장의 답변은 두 문장으로 나뉩니다. 사실관계는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삼성에서 처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처리 주체를 준감위가 아니라 삼성으로 말한 점이 중요합니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 계열사의 준법·윤리 경영을 외부에서 감시하고 권고하는 기구입니다. 회사 조직 밖에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 인사 조치를 내리거나 개별 사안을 수사하듯 조사하는 기관은 아닙니다. 이번 사안도 준감위가 직접 조사하거나 위법 여부를 판단한 단계는 아니라는 점을 위원장이 분명히 했습니다.
외부 감시 기구가 있으면 의혹이 나올 때 곧바로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번 답변은 그와 달랐습니다. 확인은 회사가 하고, 준감위는 원칙에 따른 처리가 이뤄지는지를 지켜보는 위치에 있습니다. 성과급 문제에서도 같은 선이 그어졌습니다. 삼성전자는 성과급 체계 개편을 위해 외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준감위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동 현안은 논의하지만, 회사의 제도 설계 자체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구분입니다. 위원회가 말할 수 있는 범위와, 회사가 결정하는 범위가 따로 있다는 뜻입니다.
이 위원장이 이날 강조한 표현은 노동인권이었습니다. "삼성 내에서 노사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된다면 노동소위원회가 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노동인권은 노사관계뿐 아니라 노노관계에서도 반드시 준수돼야 할 중요한 원칙"이라고 했습니다. 노노관계는 회사와 노조 사이가 아니라, 노조와 노조, 또는 노동자 집단 사이의 관계를 말합니다. 사용자를 향한 요구만이 아니라 내부 관계에서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노동소위원회를 더 가동할 수 있다는 언급까지 나왔습니다.
지금 확정된 사실은 하나입니다. 매월 70만 원 월세 지원금 부정 수령 의혹이 제기됐고, 준감위는 아직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의혹 단계와 확인 단계, 처리 단계는 다릅니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지, 그 결과가 어떤 형태로 공개되는지입니다. 준감위 정례회의는 매월 열립니다. 다음 회의에서 이 사안이 다시 언급되는지가 하나의 기준이 됩니다. "확인한 것은 아니다"라는 15일의 답변이, 확인 이후의 답변으로 바뀌는지가 남은 관전 지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