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를 맞아 전력 인프라 수요 폭발로 60년 만에 슈퍼사이클이 왔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9월 15일 내놓은 말입니다. 같은 날 효성중공업은 미국 빅테크 2개 사와 3,865억 원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초고압변압기는 발전소에서 나온 전기를 데이터센터가 쓸 수 있는 형태로 바꿔 보내주는 설비입니다. 한 건의 계약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올해 8월까지 쌓인 신규 수주는 이미 지난해 1년치를 넘어섰습니다.
효성중공업은 9월 15일, 미국 빅테크 2개 사와 총 3,865억 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설비는 미국 남부와 북부에 각각 새로 짓는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갑니다. 내역은 두 갈래입니다. 765㎸ 제품이 2,200억 원, 345㎸ 제품이 1,665억 원입니다. ㎸는 전압 단위로, 숫자가 클수록 한 번에 더 많은 전력을 멀리 보낼 수 있습니다. 765㎸는 현재 상용 송전망에서 쓰이는 가장 높은 등급에 속합니다.
수주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지난달까지 효성중공업의 누적 신규 수주액은 약 9조 3,000억 원입니다. 지난해 연간 수주액을 이미 넘어선 규모입니다. 회사는 이에 맞춰 올해 연간 수주 목표를 기존 8조 4,000억 원에서 12조 원으로 올렸습니다. 목표치를 40% 넘게 상향한 셈입니다. 다만 12조 원은 달성된 실적이 아니라 회사가 새로 제시한 목표라는 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요 쪽 배경은 데이터센터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연평균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할 신규 전력 인프라 투자 규모는 약 500억 달러, 우리 돈 약 66조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공급 쪽에서 갈린 지점은 생산 위치입니다. 효성중공업은 2020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인수했습니다. 회사는 현재 진행 중인 증설이 끝나면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효성중공업은 2010년대 초부터 미국 765㎸ 초고압변압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해 왔습니다. 현재 미국 송전망에 깔린 765㎸ 초고압변압기 가운데 약 절반이 이 회사 제품입니다. 그런데 조 회장이 제시한 목표는 '5년 내 글로벌 톱3'입니다. 특정 등급·특정 시장에서의 1위와 세계 전체 순위는 다른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수주가 늘어도 만들 공간이 없으면 받을 수 없다는 점 역시, 증설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서 확인됩니다.
조 회장은 "변압기, 차단기는 물론 초고압직류송전, 스태콤, 에너지저장장치 등 전력 안정화 시스템까지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 경쟁력"을 근거로 5년 내 글로벌 톱3 진입을 제시했습니다. 효성중공업은 72.5㎸부터 800㎸까지의 초고압차단기도 공급하고 있고, 전압을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전력 안정화 설비 수주도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중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회사 측 전망입니다. 지금 확정된 것은 3,865억 원 계약과 9조 3,000억 원 누적 수주까지입니다.
계약 체결과 수주 잔고는 매출과 같은 말이 아닙니다. 설비를 만들어 넘겨야 실적이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멤피스 공장 증설이 언제 끝나 얼마의 생산능력이 되는지, 12조 원 수주 목표가 연말에 실제로 채워지는지, 골드만삭스가 전망한 연평균 15% 수요 증가가 그대로 나타나는지입니다. 개별 계약 규모와 수주 실적은 회사가 공시하는 자료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60년 만의 슈퍼사이클"은 회장의 진단입니다. 그 진단이 맞았는지는 수주가 매출로 바뀌는 속도가 답해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