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데이터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AI에게 한 번 질문하면 답이 나오고, 그 답은 어딘가에 남습니다. 대화 기록도, 생성된 이미지도, 중간 계산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자산운용은 15일 이렇게 '남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를 새로 상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상장지수펀드는 여러 종목을 묶은 지수를 따라가도록 만들어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펀드입니다. AI 투자의 초점이 계산하는 쪽에서 보관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판단이 담겼습니다.
15일 삼성자산운용 발표에 따르면, 신규 상장하는 상품의 이름은 'KODEX 미국AI메모리TOP2플러스'입니다. 투자 대상은 AI 메모리와 저장장치 시장을 이끄는 미국 기업입니다. 구성을 보면 마이크론과 샌디스크에 약 50%,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에 약 30%를 배분합니다. 네 곳을 합치면 약 80%로, 소수 기업에 집중하는 압축형 구조입니다. 나머지는 컨트롤러와 설계자산, 저장 플랫폼, 데이터 저장 서버를 만드는 기업 등 관련 사업 사슬에 나눠 담습니다.
그동안 AI 투자에서 주목받은 쪽은 연산이었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 그리고 특정 작업만 처리하도록 맞춤 제작한 주문형반도체가 대표적입니다. 얼마나 빨리 계산하느냐가 관심의 중심이었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 관심이 저장장치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근거는 AI 에이전트의 확산입니다. 사람이 매번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작업을 이어가는 AI가 늘어나면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만 늘어난 게 아니라 쌓아둬야 할 데이터도 함께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저장 장치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올랐다는 판단입니다.
AI가 만든 데이터는 크게 두 곳에 저장됩니다. 하나는 SSD입니다. 전원이 꺼져도 내용이 남는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쓰는 저장 장치로, AI가 연산하면서 자주 불러오거나 빠르게 저장해야 하는 데이터를 담당합니다. 속도를 맡는 쪽입니다. 다른 하나는 HDD입니다. 자기디스크를 회전시켜 기록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보관합니다. 용량을 뒷받침하는 쪽입니다. 이 상품이 SSD 기업과 HDD 기업을 함께 담은 이유입니다. 두 기술은 서로를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라 역할을 나눠 갖고 있습니다.
계산에 쓰는 반도체와 네트워크 장비는 작업이 끝나면 다음 작업에 다시 투입됩니다. 반복해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입니다. 반면 AI가 만들어낸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쌓입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 차이 때문에 저장 설비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연산 수요는 쓰고 비우는 흐름이지만 저장 수요는 누적되는 흐름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이는 운용사의 시장 전망이며, 실제 수요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확정된 사실이 아닙니다.
삼성자산운용은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이 전 세계 HDD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저장 용량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동훈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KODEX 미국AI메모리TOP2플러스는 수요가 누적해서 증가하는 AI 메모리·스토리지 핵심 기업에 집중하면서 관련 밸류체인에도 함께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습니다. 특정 기업 비중이 높은 구조는 해당 시장이 성장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결과가 크게 갈릴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AI 관련 상품'이라는 이름이 같아도 실제로 담는 기업은 전혀 다릅니다. 계산하는 반도체를 담은 상품과, 저장하는 장치를 담은 상품은 성격이 다릅니다. 이번 상품은 후자이고, 네 개 기업에 약 80%가 집중돼 있습니다. 상장지수펀드의 구성 종목과 비중은 운용사가 공시하는 상품 설명서와 투자설명서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AI에게 질문할 때마다 답과 함께 데이터가 남는다는 사실, 그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는지를 따져본 상품이라는 점을 확인해두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