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 ETF보다 많이 팔린 3개월 국채 3개월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국채. 이 채권만 담은 ETF 한 종목에 국내 투자자 돈 2,945억 원이 한 달 만에 들어갔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지수를 따라가는 ETF보다 많은 금액입니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 집계 기준입니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8월 15일부터 9월 14일까지 한 달간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아이셰어즈 0~3개월 미국 국채 ETF(SGOV)'를 2억 1,849만 달러 순매수했습니다. 원화로 약 2,945억 원입니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담은 해외 주식은 알파벳(2억 6,298만 달러)이었고, SGOV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개별 기업이 아닌 국채 상품이 순매수 2위에 오른 것입니다.
같은 기간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뱅가드 S&P500 ETF(VOO) 순매수액은 2억 792만 달러였습니다. 미국 배당주에 투자하는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쿼티 ETF(SCHD)는 2억 460만 달러였습니다. 둘 다 SGOV보다 적습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품에도 자금이 들어왔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초단기(3개월 이하)국채 ETF'에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 자금 209억 원이 유입됐습니다. 이 상품은 SGOV와 같은 'ICE 0-3 Month US Treasury Securities' 지수를 따라갑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은 떨어집니다. 이때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하락 폭이 커집니다. 남은 기간이 길수록 금리 변화가 누적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만기 3개월 이하 채권은 금리가 움직여도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만기가 곧 돌아와 현금으로 바꾸기도 쉽습니다. 통상 금리 상승기에 초단기채 상품이 부각되는 이유입니다.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이 손해라는 통념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국면의 출발점도 미국 국채금리 급등이었습니다. 국제유가가 급등해 물가 상승 우려가 되살아나고,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거론된 결과입니다. 그런데 자금은 채권 상품에서 빠져나가지 않고, 만기가 가장 짧은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금리를 피한 것이 아니라, 금리에 덜 반응하는 구간으로 이동한 셈입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물가와 유가 상승 등을 반영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다시 거론되고 있어 금리 방향성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장기채에 적극적으로 베팅하기보다 달러 단기자금을 운용하면서 금리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려는 투자자에게 초단기채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연준이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명분이 부족해졌다고 봤습니다. 그는 9월을 포함해 연내 두 차례 인상으로 연말 기준금리가 4.2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확정된 수치가 아닌 증권사 전망치입니다.
초단기채 ETF는 금리 방향을 맞혀 수익을 내는 상품이 아닙니다. 방향을 단정하기 어려운 구간에서 가격 변동을 줄이는 쪽에 가깝습니다. 상품을 확인할 때는 세 가지를 보면 됩니다. 어떤 지수를 따라가는지, 만기 3개월 이하 국채에 실제로 얼마나 투자하는지, 분배금을 언제 주는지입니다. 앞서 언급된 두 상품은 같은 지수를 추종하고, 국내 상장 상품은 매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구조입니다. 3개월 뒤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에 한 달간 2,945억 원이 모인 배경에는, 그 3개월 뒤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