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202원 떨어졌는데, 매수는 멈추지 않았다 6월 말 1,549.4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9월 14일 1,347.3원까지 내려왔습니다. 두 달 반 사이 202원, 13% 넘게 빠졌습니다. 미국 주식에 원화로 투자하면 환율이 내려간 만큼 수익이 깎이는 구간입니다. 그런데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국내 상장 상품은 미국 지수를 따라가는 ETF였습니다. 예외적인 며칠이 아니라, 넉 달 넘게 이어진 흐름입니다.
9월 15일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9월 14일까지 52거래일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 ETF에 개인 순매수 자금 1조 4,644억 원이 들어왔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에 상장된 전체 ETF 중 1위입니다. ETF는 여러 종목을 묶은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만들어 주식처럼 거래되는 상품입니다. 이 상품은 4월 15일 이후 9월 14일까지 103거래일 연속으로 개인 순매수를 기록했고, 그 기간 누적 금액은 3조 613억 원입니다. 매도가 매수를 앞선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는 뜻입니다.
같은 하반기 기간, 'TIGER 미국나스닥100' ETF에도 개인 자금 6,821억 원이 유입돼 전체 5위에 올랐습니다. 두 상품을 합치면 7월 이후 순유입액은 2조 1,465억 원입니다. 한 운용사의 미국 대표지수 상품 두 종목에만 두 달 반 동안 2조 원 넘는 개인 자금이 몰린 것입니다. 4월 중순부터 이어진 연속 순매수 기록과 겹쳐 보면, 상반기부터 시작된 매수 흐름이 하반기에도 규모를 유지했다는 점이 확인됩니다.
이 대목이 특이한 이유는 상품 구조 때문입니다. 환노출형 상품은 환율 변동을 막는 장치를 두지 않아,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수익률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달러가 싸지면, 즉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 미국 주가가 그대로여도 원화로 환산한 평가액은 줄어듭니다. 이를 환차손이라고 합니다. 하반기 환율은 1,549.4원에서 1,347.3원으로 내려갔습니다. 미국 지수를 담은 환노출형 상품 보유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하는 방향입니다.
통상 환율 하락 국면에서는 해외 지수 상품의 자금 유입세가 둔화되는 흐름이 나타납니다. 하반기에는 그 반대였습니다. S&P500 지수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였고 환율은 13% 이상 떨어졌지만, 개인 순매수는 순위 1위를 유지했습니다. 원문 기사는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환율 등락보다 미국 우량주 중심 지수의 성장성에 무게를 두고 장기 분산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다만 개별 투자자의 매수 동기를 직접 조사한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김상율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본부장은 "하반기 개인 순매수 1위는 변동성 장세 속에서 투자자들이 장기 검증된 미국 대표지수를 선택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기 변경을 통해 신성장 산업을 지속 반영하는 S&P500 지수의 특성을 살려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 성장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상품을 운용하는 회사 측 설명이라는 점은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S&P500 지수는 편입 종목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는데, 이 정기 변경이 지수 구성을 바꾸는 방식입니다.
'개인 순매수 1위'는 얼마나 많이 사들였는지를 보여주는 자금 유입 지표입니다. 수익률 순위와는 다른 통계입니다. 그리고 해외 지수를 담은 상품은 지수 움직임과 환율 움직임이 따로 수익률에 반영됩니다. 하반기처럼 지수가 오르고 환율이 내려가는 구간에서는 두 방향이 서로 상쇄될 수 있습니다. ETF별 개인 순매수 자료는 한국거래소가 집계해 공개합니다. 환율 202원이 움직인 두 달 반, 통계에 남은 것은 103거래일 연속 순매수라는 기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