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꺼진 그 아래, 50년 된 하수관 지난달 서울 강북구 수유역 인근 도로에 깊이 2m, 폭 3m의 구멍이 생겼습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앞이었습니다.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서도 깊이 약 2m의 싱크홀이 났고, 이달에는 동대문구 제기동에서 깊이 1.2m의 지반침하가 확인됐습니다. 한 번의 사고가 아니라,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15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 집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발생한 지반침하는 총 15건입니다. 지반침하는 땅속 흙이 빠져나가면서 빈 공간이 생기고, 그 위 지면이 내려앉는 현상입니다. 지난해에는 강동구 명일동에서 대규모 땅꺼짐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는 특정 지역이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지반침하는 112건입니다. 연간 건수로 보면 2021년 11건에서 2025년 42건으로 약 4배 늘었습니다. 올해도 9월 중순까지 15건이 집계됐습니다. 사고가 한 해의 예외가 아니라 증가 추세 위에 놓여 있다는 뜻입니다.
원인은 대부분 땅 위가 아니라 땅 아래에 있습니다. 5년간 112건 가운데 45건, 약 40%가 하수관 손상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하수관에 구멍이나 균열이 생겨 물이 새면 주변 토사가 함께 씻겨 나가고, 그 자리에 빈 공간이 남습니다. 이 공간이 버티지 못하면 지반이 내려앉습니다. 노후 관로가 촘촘히 깔린 도심에서는 도로·건물·지하철 같은 다른 기반시설과 맞물려 사고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 전체 하수관로 가운데 설치 30년이 넘은 노후관로는 55.5%인 6,029㎞입니다. 이 중 50년 이상 된 관로도 전체의 30.4%인 3,303㎞에 달합니다. 반면 서울시가 매년 정비하는 하수관로는 100㎞ 안팎입니다. 지금 속도라면 기존 노후관로를 모두 손보는 데만 50년 이상 걸립니다. 여기에 매년 약 150㎞가 새로 노후관로에 편입됩니다. 정비를 계속해도 노후관로 총량 자체는 쉽게 줄지 않는 구조입니다.
서울시는 올해 노후 하수관로 정비 등에 1,903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하수도 건설공사비가 31% 오르며 같은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줄었습니다. 하수관로 연장과 시설 용량이 다른 특·광역시보다 커 정비 대상이 방대한 만큼 현재 투자로는 노후화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입니다. 국고보조율은 광역시 30%, 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와 시·군 60%지만 특별시는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서울시도 2008년까지는 국비를 받았으나, 하수도 보급률 상승과 4대강 정비 재원 마련 등을 이유로 제외됐습니다. 명일동 사고 이후 정부가 지원한 338억 원이 최근 5년간 유일한 국비입니다.
서울시는 내년 노후·불량 하수관로 정비사업비의 30%인 498억 원을 국비로 지원하고, 시행령을 개정해 서울도 대상에 포함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다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노후도뿐 아니라 교통량과 유동인구, 주변 공사 여부를 함께 따져 위험도가 높은 구간부터 정비 순서를 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학과 교수는 "사고가 난 뒤 복구하는 것보다 지속적인 점검과 예방적 유지·관리를 통해 위험 요인을 사전에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지나는 길 아래 관로의 나이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지반침하 발생 현황은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에 집계돼 공개됩니다. 서울에서 언제, 어디에서 땅이 꺼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공식 자료입니다. 앞으로 지켜볼 지점은 국회 예산 심의에서 서울 하수관로 정비 국비 498억 원이 반영되는지, 그리고 국고보조 대상에 특별시를 포함하는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는지입니다. 수유역 앞 구멍은 메워졌지만, 그 아래 6,029㎞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