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이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협상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그레고리 믹스 의원 등 22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 담긴 문장입니다. 서한 발송일은 9월 9일(현지 시간)이고, 그 내용이 알려진 것은 그보다 뒤였습니다. 8월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보다 엿새 일찍 끝난 다음이었습니다.
9월 9일(현지 시간)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22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의 서한을 보낸 사실이 보도로 확인됐습니다. 서명자에는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소수당 측 대표를 맡고 있는 그레고리 믹스 의원과, 지한파로 꼽히는 아미 베라 의원이 포함됐습니다. 이들은 8월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 대폭 축소와 관련해 "입장을 철회하고 한국과의 군사 훈련을 계획대로 지속할 것임을 확인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서한은 이 결정이 "73년 역사의 동맹을 긴장시키고 한반도의 대비태세, 안보, 억제력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적었습니다.
시작은 8월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글이었습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는 점을 감안할 때 오래전부터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에 참여하기로 한 사실이 불만스럽다"고 썼습니다. 이어 "지금 취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며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훈련은 다음 날인 8월 17일 시작됐고, 8월 27일까지 예정돼 있었지만 8월 21일 조기 종료됐습니다.
의원들이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지점은 훈련 축소 자체보다 절차였습니다. 서한은 "한국에 대한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중단하기로 한 결정"이라고 표현했고, "한국과 어떠한 협의도 없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실망감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연합훈련은 두 나라 군이 함께 준비하고 함께 대비태세를 점검하는 절차입니다. 한쪽이 일정과 규모를 통보 없이 바꾸면 훈련의 결과물인 억제력도 함께 흔들린다는 것이 서한의 논리입니다. 의원들은 이 결정의 배경을 두 가지로 봤습니다. 한국이 이란과의 전쟁에 동참하기를 거부한 데 대한 불만, 그리고 북한이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오해입니다.
축소는 북한을 향한 신호였지만, 돌아온 반응은 달랐습니다. 북한은 훈련 축소 이후인 8월 20일 탄도미사일 10발을 발사했습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축소 지시에 대해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선언했습니다. 의원들은 이 결정이 결국 김정은 위원장에게 "우위를 안겨줬다"고 평가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북한을 상대하려면 한국과 "단일 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습니다.
서한은 안보 문제를 경제 문제와 나란히 놓았습니다. 의원들은 이번 결정이 한국에게 조선업 분야 등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을 재고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중국에 맞선 한국과의 공조를 어렵게 만들고, 한국 내 자체 핵무장론자들의 움직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서한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한국에 대한 귀하의 불만은 번지수가 틀렸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미칠 잠재적 해악은 매우 현실적이다."
의원 서한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촉구 문서입니다. 그래서 지켜볼 지점은 서한이 요구한 두 가지가 실제로 지켜지는지입니다. 첫째, 남은 연합훈련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둘째, 동맹국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거나 명확하고 검증 가능한 안보적 근거 없이 훈련을 축소하지 않겠다는 보장이 나오는지입니다. 8월 16일의 발표 창구는 소셜미디어였습니다. 다음 결정이 어느 창구를 통해 나오는지가, 협의 절차가 복원됐는지를 보여주는 첫 신호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