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을 정하는 법이 49표에서 멈췄습니다 찬성 49표, 반대 50표. 통과에 필요한 표는 60표였습니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상원에서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인 '클래리티법'의 본회의 표결 여부를 정하는 절차표결이 부결됐습니다. 한 표가 부족한 게 아니라 열한 표가 부족했습니다. 표를 가른 것은 감독 체계가 아니라, 고위공직자 윤리 조항이었습니다.
15일(현지 시간) 미 상원에 따르면, 클래리티법은 본회의 표결로 넘어가기 위한 절차표결에서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부결됐습니다. 절차표결은 법안을 본회의에서 실제로 다룰지 결정하는 사전 관문입니다. 상원 100석 중 60표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됩니다. 이번 표결은 법안 내용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논의를 시작할지를 묻는 표결이었다는 뜻입니다.
부결 소식이 전해진 뒤 관련 기업 주가는 일제히 내렸습니다. 코인베이스는 8.75%, 서클은 9.18%, 불리쉬는 3.19% 하락한 채 거래됐습니다. 세 곳 모두 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방향에 사업이 직접 묶여 있는 기업입니다. 규제가 강해지느냐 약해지느냐가 아니라, 규제의 윤곽이 언제 정해질지 알 수 없는 상태가 그대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클래리티법의 핵심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가상자산 감독 영역을 명확히 나누는 것입니다. SEC는 증권을, CFTC는 선물과 상품을 감독하는 기관입니다. 어떤 코인이 어느 기관의 관할인지 정해지지 않으면, 기업은 어떤 규정을 지켜야 하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업계가 이 법안 하나에 매달려 온 이유입니다.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가상자산 사업에서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에 이해충돌을 막을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반대했습니다. 공화당은 고위공직자의 가상자산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대폭 강화한 수정안을 공개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상원은 공화당 53석, 민주당 47석입니다. 통과에는 공화당 전원 찬성에 민주당 이탈표 7표가 더 필요했지만, 찬성은 49표에 그쳤습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법안이 폐기된 것은 아닙니다. 양당이 다시 논의해 표결에 부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다만 11월 중간선거까지 일정이 촉박합니다. 선거 이후 내년 1월 초까지 회기가 남아 있지만, 그 사이 입법 동력을 다시 모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1월 초를 넘기면 120대 의회가 출범하고, 처리되지 않은 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됩니다.
코인데스크는 이번 부결에 대해 "올해 상원에서의 클래리티 관련 입법 작업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수년간 수억 달러를 투자해 자신들의 이익을 옹호해온 가상자산 업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고 했습니다. 공화당이 윤리 조항을 강화한 수정안까지 내놨다는 점에서, 쟁점이 감독 체계 설계보다 이해충돌 문제에 걸려 있었다는 사실은 표결 과정에서 확인됐습니다.
이번 표결로 법안의 내용이 결정된 것은 아닙니다. 논의를 시작할지조차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결과입니다. 미국의 가상자산 감독 체계는 여전히 빈칸으로 남아 있습니다. 같은 시간 가상자산 가격도 내렸습니다. 비트코인은 3.9% 하락한 7만 5,000달러대에서, 이더리움은 5.34%, 리플(XRP)은 10.7% 내린 채 거래됐습니다. 앞으로 지켜볼 날짜는 두 개입니다. 11월 중간선거, 그리고 회기가 끝나는 내년 1월 초입니다. 그 전에 재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49표라는 숫자가 올해 미국 가상자산 입법의 마지막 기록으로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