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서류가 국내외 주요 투자은행으로 발송됐습니다. 발행 규모는 최대 20억 달러. 정부가 추진하는 대미 투자 총액 3,500억 달러를 뒷받침할 자금입니다. 이 돈을 조달할 주관사를 뽑는 절차가 이달 말 마무리됩니다. 출범 3개월 된 기관의 첫 해외 자금 조달입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미전략투자공사(KUIC)가 국내외 주요 IB에 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했습니다. 주관사는 채권 발행을 설계하고 해외 투자자에게 파는 증권사를 말합니다. 제안서 제출은 다음 주 중 마감되고, 서류 평가를 통과한 증권사끼리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거칩니다. 주관사 윤곽은 이달 말 나올 예정입니다. 발행 규모는 최대 20억 달러입니다.
시계열로 보면 흐름이 보입니다. 정부는 올해 2월 역대 최대 금액인 30억 달러 규모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에 성공했습니다. 해외에서 외화로 찍는 정부 보증 채권입니다. 이어 6월 18일 한미전략투자공사가 출범했습니다. 정부 출자금은 2조 원이었습니다. 그리고 9월, 첫 외화채 주관사 선정에 들어갔습니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초를 목표로 10억~20억 달러 상당이 발행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사는 출자금 외에도 외환보유액 운용 수익, 채권 발행, 금융기관 차입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법적 보장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운용 수익과 차입금만으로는 예정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서울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를 직접 사들이는 방법도 있지만, 채권 발행이 환율에 주는 충격이 더 적습니다. 그동안 외평채를 발행하며 쌓아온 해외 우량 투자자 네트워크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채권에는 정부 보증이 붙습니다. 국가 신용도와 같은 수준의 신용등급으로 발행된다는 뜻입니다. 조달 조건 면에서는 유리한 지점입니다. 다만 전례가 없는 거래입니다. 왜 이 기관이 채권을 찍는지,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해외 투자자에게 일일이 설명해야 합니다. 출범 3개월 된 신생 기관이라는 점도 남아 있습니다. 자체 재무제표를 갖추고 발행 과정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발행 시점이 내년 초로 점쳐지는 배경입니다.
이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IB 업계 관계자는 "한미전략투자공사가 이번에 발행하는 달러화 채권이 1호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내년 발행 목표라면 2, 3호 프로젝트에서 쓰일 공산이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조달 시점과 집행 시점이 어긋나 있다는 의미입니다.
최대 20억 달러는 대미 투자 총액 3,500억 달러의 1%에도 미치지 않는 규모입니다. 첫 조달이 전체 재원 구조를 보여주는 창인 셈입니다. 확인할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이달 말 나오는 주관사 선정 결과, 내년 초 실제 발행 규모, 그리고 그 자금이 몇 호 프로젝트에 배정되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확인되면 3,500억 달러 조달이 어떤 속도로 진행되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