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국산 신약 1호 선플라주가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 뒤 국산 신약은 44개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연 매출 10억 달러, 우리 돈 약 1조 3,673억 원을 넘긴 약은 한 개도 없었습니다. 업계는 이 선을 넘은 약을 블록버스터라고 부릅니다. 그 선 앞에 두 개의 이름이 처음으로 올라왔습니다.
2026년 9월 16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두 약의 이름이 담겼습니다.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입니다. 짐펜트라는 국내에서 램시마SC로 팔리는 약의 미국 제품명이고, 엑스코프리는 세노바메이트 성분의 미국 제품명입니다. 진흥원이 추산한 2027년 매출은 짐펜트라 2조 1,893억 원, 엑스코프리 1조 4,389억 원입니다. 둘 다 블록버스터 기준선을 넘는 숫자입니다.
짐펜트라의 미국 매출은 2023년 3,220억 원이었습니다. 2024년 6,007억 원, 2025년 8,394억 원으로 늘었습니다.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61.5%입니다. 진흥원은 이 성장률을 그대로 대입해 2026년 매출을 1조 3,556억 원으로 추산했습니다. 기준선인 1조 3,673억 원에 거의 닿는 수준입니다.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은 2023년 3,242억 원에서 2024년 5,312억 원, 2025년 6,830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연평균 성장률은 45.1%, 2026년 추산치는 9,913억 원입니다. 같은 날 SK바이오팜은 파트너사인 오노약품공업이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세노바메이트의 신약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제품명은 에키스코푸리입니다. 이로써 세노바메이트는 한국·중국·일본 세 나라에서 모두 허가를 확보했습니다.
주의할 지점이 있습니다. 2조 1,893억 원과 1조 4,389억 원은 회사나 증권가가 내놓은 매출 전망치가 아닙니다. 최근 3년 연평균 성장률을 앞으로도 똑같이 유지한다고 가정해 계산한 추정치입니다. 성장률이 꺾이면 숫자는 그만큼 내려갑니다. 진흥원 자료 자체도 실제 매출 전망이라기보다 추세를 그대로 늘려 본 값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후속 주자로는 두 개가 더 거론됩니다. HK이노엔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은 2023년 1,140억 원에서 2025년 1,957억 원으로 매출이 늘었습니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는 같은 기간 1,408억 원에서 2,289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3년 연평균 성장률은 각각 31.0%, 27.5%입니다. 앞선 두 약보다 성장 속도는 완만하고, 절대 규모는 기준선의 6분의 1 수준입니다.
추정치와 실적은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이번 자료의 2027년 숫자는 확정된 매출이 아니라, 과거 3년의 증가 속도를 그대로 이어 붙인 계산값입니다. 실제로 선을 넘었는지는 각 회사가 분기·연간 실적을 공시할 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회사명으로 검색하면 됩니다. 1999년 이후 44개의 국산 신약이 넘지 못한 선입니다. 넘었는지 아닌지는 추정치가 아니라 실적표가 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