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넘게 2%를 넘긴 물가, 결국 금리가 올랐다 "분명한 사실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너무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점입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6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30분간 이어진 이 회견 직전,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동결도, 인하도 아니었습니다.
연준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체입니다. 워시 의장은 회의 직후 회견에서 "이번 정책 조치는 연준 목표치인 2% 수준으로 물가상승률을 적시에 되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물가 안정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나온 연준 성명서와 동일한 내용입니다.
이번 인상은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입니다. 연준은 불과 두 달 전인 7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두 달 사이에 방향이 바뀐 셈입니다. 워시 의장은 전환 배경으로 세 가지를 들었습니다. 미국 경제가 강해졌다는 점,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았다는 점, 지정학적 상황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그는 "이번 결정은 미국 경제가 강해지는 것으로 보이는 시점에 내렸다"며 "신규 채용, 민간 소득, 기업 설비 투자 등의 지표들이 최근 몇 달간 개선돼 긍정적인 방향을 가리켰다"고 설명했습니다.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5년 넘게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목표치는 2%입니다.
이날 회견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에 금리 인상이 대응책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워시 의장의 답은 이랬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부 가격 변화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돼 2차·3차 파급 효과를 일으키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그게 우리의 책무입니다." 특정 품목의 가격 상승이 다른 품목 가격과 임금으로 옮겨붙는 것을 막겠다는 뜻입니다. 연준은 이번 성명서에서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에너지 부문의 공급 충격 때문"이라던 이전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금리를 올렸지만 워시 의장은 현재 상태를 조이는 국면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현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고 표현하기 어렵고 이번에는 완화의 일부를 제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표현입니다. 위험 평가도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습니다. "인플레이션 위험은 상방으로 기울어 있는 반면 노동시장 위험은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는 "추세가 중요한데 데이터에는 잡음이 많기에 개별 지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채권시장 금리가 연준 결정보다 먼저 오른 점에 대해서는 "미래를 반영해 움직이고 있고 자유롭게 두고 싶다"고 했습니다. 장기 국채 금리 상승 요인으로는 미국 경제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 초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설비투자 자금 확보 경쟁, 전 세계적인 분쟁을 꼽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무역 흑자 국가들과 교역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언제 대화했느냐는 질문에 워시 의장은 "말할 것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한 문장을 덧붙였습니다. "독립성은 양방향적이며, 무역·재정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도 각자의 영역을 지켜야 합니다."
연준 위원들은 이번 회의에서 함께 공개한 경제전망요약 점도표에 올 연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4.1%로 적었습니다. 현재 상단이 4.00%이므로, 연내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즉 이번 인상은 마지막이 아닐 수 있습니다. 워시 의장 본인도 "완화의 일부를 제거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확인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물가상승률이 2%를 향해 내려오는지, 그리고 연준이 점도표에 적어둔 한 차례를 실제로 쓰는지입니다.
경제전망요약 점도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