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릴 때가 아니라 내릴 때 떨어졌다 2000년 3월, 나스닥종합지수는 5048.62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최고치였습니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연속 올리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주가가 꺾인다는 통념과는 반대 방향입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한 번의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17일 서울경제신문이 1996년 이후 30년간 진행된 네 차례의 주요 금리 인상기를 분석한 결과, 나스닥종합지수는 네 차례 모두 오름세를 나타냈습니다. 첫 인상 시점과 마지막 인상 시점을 이어 보면 지수가 모두 위쪽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인상기 내내 흔들림이 없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통화 긴축이 시작되는 순간 주가가 곧장 무너지는 흐름은 네 사례에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닷컴버블기입니다. 연준은 1999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 기준금리를 4.75%에서 6.50%로 여섯 차례에 걸쳐 1.75%포인트 올렸습니다. 이 10개월 동안 나스닥은 26.6% 상승했습니다. 2000년 3월 기록한 5048.62는 인상 직전과 비교하면 88.0%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인상기가 끝나기 두 달 전에 정점을 통과한 셈입니다. 거품이 부풀던 구간과 금리를 올리던 구간이 거의 겹쳐 있었습니다.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연준은 기준금리를 1.00%에서 5.25%로 4.25%포인트 올렸고, 이 2년간 나스닥은 6.1% 상승했습니다. 0.25%에서 2.50%로 올린 2015년 11월~2018년 12월 구간에서는 29.9% 올랐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한 번에 0.50%포인트 이상 올리는 '빅스텝'을 동원해 0.25%에서 5.50%까지 끌어올린 2022년 2월~2023년 7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22년 10월 1만321로 바닥을 찍은 뒤 반등해, 인상이 끝난 시점에는 인상 직전보다 4.3%, 저점보다 39.0% 높았습니다.
왜 이런 흐름이 반복됐을까요. 서울경제신문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배경에 탄탄한 실물 경기와 견조한 기업 실적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금리 인상은 경기가 과열될 정도로 돌아가고 있다는 진단 위에서 나옵니다.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 국면과 금리를 올리는 국면이 시간상 겹치는 구조입니다. 인상 자체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원인으로 곧장 작동하지는 않았던 이유입니다.
거품 붕괴와 주가 급락은 오히려 금리를 내릴 때 본격화했습니다. 닷컴버블기 나스닥 저점은 연준이 금리를 1.75%까지 가파르게 낮추고 관망하던 2002년 10월에 나왔습니다. 2000년 3월 정점에서 2년 7개월간 77.9% 하락한 뒤였습니다. 금융위기 때도 연준은 2007년 9월 5.25%에서 첫 인하를 시작했지만, 저점은 금리를 0.25%까지 낮춘 뒤 세 달이 지난 2009년 3월에 나왔습니다. 이 기간 나스닥은 정점 대비 55.6% 밀렸습니다.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는 동결기 성적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2006년 6월 마지막 인상 이후 2007년 9월 첫 인하 직전까지 나스닥은 24.4% 추가 상승했습니다. 2023년 7월 인상이 끝나고 2024년 9월까지 이어진 동결기 상승률은 26.8%였습니다. 다만 이 분석은 1996년 이후 네 차례 사례를 놓고 본 결과입니다. 표본이 네 개라는 점, 매번 경기와 물가 조건이 달랐다는 점은 함께 봐야 합니다.
'금리 인상'이라는 단어 하나로 시장 국면을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과거 네 차례 사례에서 지수의 방향이 크게 바뀐 지점은 인상이 시작된 때가 아니라, 중앙은행이 인하로 돌아선 뒤였습니다. 그래서 금리 뉴스를 볼 때는 인상·인하라는 방향만이 아니라 그 결정의 근거로 제시된 경기와 기업 실적 판단을 함께 확인하는 편이 맥락을 읽는 데 도움이 됩니다. 2000년 3월의 5048.62도, 그 뒤 77.9% 하락도 같은 질문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