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너무 오랫동안 지속됐습니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6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같은 날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3년 2개월 만의 인상입니다. 그리고 서울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3.6원 뛰었습니다.
16일 미국 워싱턴DC 청사에서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에 따르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참여 위원 12명 전원 찬성, 반대표는 없었습니다. 이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연 3.75~4.00%가 됐습니다. 상단 기준으로 한국 기준금리(3.00%)보다 1.00%포인트 높은 수준입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입니다.
연준은 같은 날 경제전망요약에 담긴 점도표도 함께 내놨습니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이 각자 생각하는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찍어 분기마다 공개하는 표입니다. 여기서 올해 말 금리 중간값은 4.125%로 제시됐습니다.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숫자입니다. 남은 10월과 12월 회의에서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긴축으로 방향을 돌린 것은 미국만이 아닙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이미 금리를 올렸고, 일본은행도 18일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입니다.
연준을 움직인 것은 국제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박입니다. 물가가 오르는 속도를 낮추려면 돈을 빌리는 값, 즉 금리를 올려 소비와 투자를 식히는 방식을 씁니다. 워시 의장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책 조치가 목표치인 2% 수준으로 물가 상승률을 적시에 되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준이 물가 목표로 삼는 2%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가, 남은 두 차례 회의의 판단 기준이 되는 구조입니다.
금리 인상은 예고된 흐름이었지만, 시장은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연준이 예상보다 강한 매파적 신호를 내자 채권시장의 기준이 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회의 직후 5.027%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4%대로 내려앉으며 등락을 거듭했습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과 만기가 긴 30년물 금리도 오르내림을 반복했습니다. 뉴욕 증시에서는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1.21% 밀려 6월 12일 이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날 회견에서 눈에 띈 대목은 물가 이야기만이 아니었습니다. 워시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무역·재정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도 각자의 영역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통화정책을 맡은 중앙은행과 관세·재정을 다루는 행정부 사이의 역할 구분을 언급한 발언입니다. 금리 결정이 물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의장의 입을 통해 드러난 장면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확인된 숫자는 두 개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상단 기준 1.00%포인트로 벌어졌다는 것, 그리고 16일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가 전날보다 13.6원 오른 1,382.2원이었다는 것입니다. 주간 종가가 1,380원을 넘은 것은 지난달 27일(1,380.9원) 이후 3주 만입니다. 앞으로 볼 날짜는 세 개입니다. 18일 일본은행 결정, 그리고 연준의 10월과 12월 회의입니다. 리드에 적은 의장의 한 문장이 그때도 반복된다면, 긴축 시계는 계속 돌아간다는 뜻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