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 100%, 두산이 1조를 씁니다 ㈜두산의 국내 CCL 생산라인 가동률은 이미 100%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주문이 들어와도 더 만들 여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두산은 17일 공시를 통해 약 9,700억 원 규모의 CCL 생산시설 투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입니다. CCL은 동박적층판이라고 부르는데, 전자기기의 회로 뼈대가 되는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 데 쓰이는 핵심 소재입니다.
17일 공시에 따르면 투자금은 국내와 중국으로 나뉩니다. 국내에는 약 4,200억 원을 들여 광모듈용 CCL 생산라인을 증설합니다. 광모듈은 데이터센터 안에서 데이터를 빛으로 주고받는 통신 부품입니다. 중국에는 약 5,500억 원을 들여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스위치용 CCL 공장을 새로 짓습니다. AI 가속기는 데이터센터에서 인공지능 연산을 전담하는 반도체 장치입니다. 결국 이번 투자는 AI 데이터센터 안에 들어가는 부품 소재에 집중돼 있습니다.
돈이 오늘 들어가도 제품이 나오는 시점은 다릅니다. ㈜두산은 3년에 걸쳐 투자를 집행하고, 2028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가동한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지금 꽉 찬 라인의 여유가 2년 뒤에야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시장 자체는 그 사이에도 커집니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츠는 글로벌 CCL 시장 규모가 2026년 216억 2,000만 달러에서 2034년 329억 5,000만 달러로, 약 5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두산은 제품 특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생산 거점을 골랐다고 설명했습니다. 광모듈용 CCL은 품질과 핵심 기술 보호가 중요해 전문 인력이 있는 국내에 두기로 했습니다. 반대로 중국에는 글로벌 PCB 제조사들이 몰려 있습니다. 고객 공장 가까이에서 급변하는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판단입니다. 배경에는 발주 규모의 변화가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증설 계획을 내놓으면서, CCL 발주도 조 단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창사 최대 투자라는 표현만 보면 ㈜두산이 앞서 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증설 경쟁은 이미 시작된 상태입니다. 일본 파나소닉은 중국에 CCL 공장을 신설하는 중입니다. 대만 EMC는 신규 공장 건설에 124억 430만 대만달러, 원화로 약 5,7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두산의 중국 공장 투자액 5,500억 원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같은 시점에 여러 회사의 생산능력이 함께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두산 관계자는 "AI 가속기용 하이엔드 CCL은 초고속 신호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고난도 요건으로 인해 소수 기업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광모듈 분야에서도 800G급부터 미세회로에 맞춘 제품을 공급해 주요 제조사의 1순위 파트너로 자리잡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입니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도 ㈜두산의 고객사입니다. 유승우 ㈜두산 사장은 "고객 발주가 대형화하고 있는 만큼 한 발 앞선 투자로 필요한 물량을 적기에 공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기술 우위에 대한 평가는 회사 측 설명이라는 점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확인할 지점은 하나입니다. 2028년 하반기, 계획대로 라인이 돌아가는지입니다. 소재 증설은 발표와 가동 사이에 3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 AI 데이터센터 발주가 계속 늘어나는지가 함께 봐야 할 변수입니다. 지금 100%를 넘긴 가동률은 수요가 공급을 앞질렀다는 신호이고, 이번 9,700억 원은 그 간격을 2년 뒤에 메우겠다는 결정입니다. 공시 원문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회사명 검색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